추석 연휴 응급의료 위기를 넘긴 정부가 '2025학년도 증원 재조정 불가' 입장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면서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도 굳어지는 모양새다.
의료계와 국회의 강력한 요구에도 요지부동인 정부 태도에 의료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일부 협의체 참여 목소리 제기됐지만 대통령실 발표로 힘 잃어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가 지난 19일 저녁 각각 총회를 열고 협의체 참여에 대해 논의했으나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들 단체를 포함한 8개 의료계 단체는 지난 13일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서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장기화되는 사태 해결을 위해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 직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면서 교수들도 기존 불참 입장을 지속하는 분위기다.
전의비 관계자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협의체 참여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면서도 "의견 취합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의 중 협의체에 의견을 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에서 오늘(19일)도 2025년도는 재조정할 수 없다고 하니 이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가봤자 할 얘기가 없지 않냐는 의견도 많았다"고 밝혔다.
전의교협 회의 역시 정부의 변화 없이는 기존 불참 입장에서 변함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정부 변해야 협의체 출발" 비판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에 앞서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금년 초 각각 제시한 요구안을 수용하라고 지속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정부 관계자 경질, 대통령 사과 요구가 강하다.
의료계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같은 날 2025년도 의대 증원뿐 아니라 대통령의 사과와 정부 관계자 경질 요구에 대해서도 일축하며 의정 간 접점은 더욱 희미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의료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게 시급하지 누가 사과하고 책임지고 하는 게 급선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일 오전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의료계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입장 변화 분위기는 일절 없었다.
전날 전의비 회의에 참석한 A 교수는 "정부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어 절망적"이라며 "전공의들이 포함되지 않고는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데 그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낙담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장‧차관 교체든 어떤 식으로든 정부 쪽에서 의료계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제스처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