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차세대 캐시카우로 의료시장을 지목하고 나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집중 투자와 차별화 전략으로 의료 사업을 다시 한 번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단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IT 사업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의료용 모니터 분야를 집중 육성, 5년 내 글로벌 '탑 3 수준'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를 밝혔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2016년 의료용 모니터를 처음 선보인 이래 북미, 유럽 등을 중심으로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며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왔다.
현재 임상용·진단용·수술용 등 총 14종의 의료용 모니터와 6종의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DXD)를 글로벌 50여 개국 의료기관에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수술용 미니 LED 모니터 ▲맘모그래피 특화 진단용 모니터 ▲화면분할 기능을 갖춘 고해상도 제품 등 다양한 의료용 모니터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프랑스 공립 병원 구매자 연합(CAIH)과 4년간 1000만 유로(약 150억원) 규모 의료용 모니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지멘스, GE,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있고 삼성전자와 소니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의료용 모니터 고객 확보를 위해 기존과 다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차후 의료용 모니터 및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 등에서 획득한 데이터 분석 및 솔루션 제공에 AI를 적용하는 한편, 의료 이미징 장비 사업으로의 확장 역시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메드텍 사업 집중 투자…새판짜기 분주
LG전자에 앞서 삼성전자도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메드텍(medtech, 의료기술)'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8월 말 수원 본사에서 진행한 DX 커넥트 행사에서 "그동안 '원삼성(One Samsung)' 기틀을 다졌고, 다음 타깃은 '강한 성장'이다.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도약을 위한 새로운 키워드로 '강한 성장'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설루션 등 4대 분야 육성을 강조했다.
특히 차세대 헬스 영역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삼성전자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올해 5월 약 1265억원 규모의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소니오(Sonio)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의료기기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소니오는 전 세계 임산부와 태아 건강 증진을 목표로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단이력 등을 손쉽게 관리하는 다양한 IT 솔루션을 개발했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인수로 유럽 우수 인공지능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자사 초음파 진단 솔루션 고도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최근에는 의료기기 성능을 시연하고 의료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교육장 'the SUITE Lab(더 스위트 랩)'도 마련해 숙련된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2010년 바이오·자동차 배터리 등과 함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분야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메디슨을 전격 인수하며 집중 투자를 이어갔으나 인수 후 10년 동안 세 차례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의료기기 사업 새판짜기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전략이 성공하면 삼성메디슨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계열사와 함께 신수종 사업 중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