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교육부→복지부 이관…찬성→반대
의료대란 사태 여파, 교수들 '입장 변화'…"진료 매몰, 교육‧연구 기능 약화"
2024.10.20 09:15 댓글쓰기




서울의대 교수협의회가 지난 6월 국립대병원 이관에 대해 자체 설문한 결과. 사진 유튜브 광주교육청 채널 영상 캡처

정부가 국립대병원의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소관 부처를 기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을 추진하는 가운데 다수 국립대병원장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의정갈등으로 학생과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될 경우 국립대병원의 교육과 연구 기능이 더욱 저하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은 지난 18일 충북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번 의정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립대병원 이관에 대한 교수들 생각과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에 따르면 충북의대 교수협의회는 의정사태 이전에 자체적으로 국립대병원 이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금년 6월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6.5%가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관이 처음 추진될 당시에는 복지부가 국립대병원의 지역거점병원 기능 강화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할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의정사태 속에서 교육과 연구 약화에 대한 교수들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 병원장은 "교육과 연구를 상당히 중시하는 전문의들이 사명감을 갖고 대학병원에 재직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도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로 이관돼도 국립대병원 설립 목적인 교육‧연구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정부가 충분히 주지하고, 이에 대한 다각적이고 신중한 접근과 구체적 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교수 97.2% 반대 "정부 간섭으로 서울대병원 실력 쇠퇴"


다른 국립대병원장들 역시 올해 국정감사 중 보건복지부 이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교수들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대적인 비율이 보건복지부 이관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17명 중 963명(약 95%)이 서울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현재처럼 교육부 소속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교수회가 지난 6월 재차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43명 중 1014명(약 97.2%)이 '현재대로 교육부에 존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복지부 이관 시 정부 간섭으로 서울대병원 자율성이 위축돼 병원 실력과 위상이 크게 쇠퇴할 것'(911명), '복지부 행정처리 방식과 방향이 현재 서울대병원의 운영 방식‧방향과 상충될 것'(863명) 등이 꼽혔다.


이에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 연구를 중요시하는 교수들 의견과 현재 의정사태로 인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대병원 설치법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교육‧연구‧진료를 중심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수들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관 결정 앞서 병원‧교수들과 충분한 사전 논의 있어야


앞서 지난 17일 광주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북대‧제주대‧전남대병원 등 병원장들은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양종철 전북대병원장은 "국립대병원은 교육‧연구‧진료의 균형적 발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런 맥락에서 복지부 이관 시 진료 영역 비중이 너무 높아지고 교육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지방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를 담당하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 복지부로 이관되면 많은 지원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교육적 기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이관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국명 제주대병원장은 "국립대병원 교수들은 교육‧연구‧진료 중에서도 교육과 연구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복지부로 이관되면 진료에 매몰되는 상황이 올 것이란 우려가 있다. 또 교육‧연구가 약화되고 진료에 대한 간섭이나 제한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 전남대병원장은 "이관 전에 우선돼야 할 것들이 있다"면서 "첫 번째로 재정 지원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교육‧연구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이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교육기관인 의대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복지부로 이관되면 소관 부처가 이원화되는 문제가 있어서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이관은 국립대병원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회, 국립대병원 간 사전협의를 깊이 있게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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