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사태 장기화…제약사 리베이트 불똥
경찰, 고려제약 필두로 병원·의약품 유통사·CSO 등 전방위 수사
2024.10.21 17:44 댓글쓰기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정부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대대적인 공익신고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들을 압박하는 등 리베이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의사들을 대상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병원은 물론 국내 제약사, 의약품 유통업체 등 피해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진료 차질로 제약사들이 수익적인 부분에서 타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리베이트 수사까지 예고되면서 업체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정갈등 격화 리베이트 표적된 ‘고려제약’


경찰은 지난 4월 29일 고려제약 대표 및 임직원들이 전국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전격적으로 수사를 천명했다.


해당 수사는 공익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강남구 도곡동 소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 후 자료를 추가 확보했다.


고려제약은 감기약 ‘하벤’ 등 일반의약품, 중추신경계질환(CNS) 전문의약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중소 제약사로, 지난해 매출액 800억원을 기록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사 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1000여 명 중 319명(9월 9일 기준)을 입건했고, 이 중 의사는 279명이다.


경찰 일부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고려제약 임직원 2명에 대해선 최근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기각된 상태다.


구속이 기각된 임원 A씨, B씨는 각각 회계 관리, 영업 관리 사무 임원으로 이들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고려제약 의약품 사용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고, 주거와 가족관계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고려제약 리베이트 연루 의사만 1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피해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고려제약의 경우 CNS 분야 매출액이 성장을 기록했으나 향후 리베이트 조사로 인해 하반기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리베이트로 인해 CNS 품목이 처방 변경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매출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CNS 품목은 변경된 처방을 재차 변경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장은 구조적 문제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추가 수사를 예고하고 있고, 국내 CSO 업체까지 리베이트 조사 범위를 확대한 상황이어서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처방내역, 진술을 통해 추가 입건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허용 범위를 넘어선 금품수수 행위는 소액이라도 리베이트로 보고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진행 25건…병원·CSO 수사 확대 ‘촉각’


경찰이 고려제약 외 구체적으로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적발했거나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제약사들은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 중에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자회사인 의약품 유통업체 P사를 비롯, CSO 업체 7곳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고려제약 외 다른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의혹 관련 총 25건(9월 20일 기준)을 추가 수사 중이다.


병원들도 수사를 받는 건수가 늘어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찰은 이미 지난 6월 경기도 안양시 K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고, 지난 7월에는 부산시 A의료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최근까지도 지방 소재 병·의원 3곳, 서울 소재 1곳, 총 4곳의 리베이트 혐의를 추가로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천안 동남구에 있는 대형 안과 A병원 등에 대해서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제약사 출신 의약품 CSO(의약품 영업대행업체)가 안과 A병원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심부름 등 노무를 제공하고, 여기에 일부 직원의 급여도 대납한 것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이처럼 병원 수사가 늘어남에 따라 제약사도 피해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입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관심이 많은 만큼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세무조사·과거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 ‘좌불안석’


정부의 개입에 따라 사정당국 간 협력에 따른 제약사 조사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이 국세청과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제약사 및 과거 리베이트 의혹을 받은 바 있던 제약사 상황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세청은 지난 9월 25일 병·의원 및 의사 등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16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리베이트 제공 A사의 경우 병원장 배우자와 자녀 등을 주주로 등재시킨 뒤 배당금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제약사는 회사 전(前) 직원의 가족 명의로 설립한 CSO에 고액수수료를 지급해 별도 자금을 조성한 후 리베이트로 변칙 지급하는 방식도 적발됐다. 


직원 가족 명의로 만들어진 CSO에 허위용역비를 지급하는 형태로 자금이 조성됐고, 이를 CSO 대표가 고액 현금 인출한 이후 의사들의 유흥주점 접대 등에 사용했다. 


CSO에도 병원 소속 의사를 주주로 등재시킨 후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 외에도 최근 세무조사를 받았던 곳은 D사와 H사, B사 등이 있고, 과거 언론 매체를 통해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 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곳은 S사 등이 있다.


한 언론 매체는 지난 2022년 1월 리베이트 의혹 보도를 통해 S제약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불법판촉물로 활용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사정당국으로부터 리베이트 수사를 받고 있는 K제약 또한 고려제약 건과 함께 그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고, 중견 제약사로의 확대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 내부에선 리베이트 사건과 상관이 없는 업체들도 거론되거나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정부 행태가 다소 악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제약사가 리베이트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영업방식을 지양하는 회사들까지 매도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아예 의사들이 제약사들 직원을 대면조차 안하다보니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중소 제약사는 피해가 정말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