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의약품 사건 증가···병원 내 관리업무 철저
한국병원약사회-데일리메디 정책 간담회···"약사 인력기준 개선·수가 현실화 시급"
2024.11.01 05:49 댓글쓰기

유명 인사들의 마약 불법투약 이슈가 불거지면서 의료기관이 ‘마약 유통처’로 괜한 오해를 받고 있다. 특히 마약성진통제 등 처방 환자가 늘면서 오남용·불법 투여·임의 폐기 등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의료기관 내 구입부터 폐기까지 마약류 의약품을 가장 가까이서 다루는 병원약사들은 “규제만 늘려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한국병원약사회와 데일리메디는 10월 31일 ‘의료용 마약 오남용 제로(Zero)를 위한 병원약사들의 제언’ 정책좌담회를 열고 의료기관 내 마약류 취급 업무, 현장 애로사항, 제도 개선점 등을 논의했다. 이형순 병원약학교육연구원 차장이 좌장을 맡고 ▲황보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약제팀장(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 ▲정경주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정은경 국립암센터 약제부 파트장 ▲임윤희 前 아주대요양병원 약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편집자주]


구입에서 폐기까지 '전(全) 과정' 보고·관리···쓰레기통 확인 '흔한 업무' 


마약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향정)·대마를 통칭하며, 의료기관 마약류 사용 절차는 ▲구입 ▲보관 ▲처방 ▲조제 ▲투약 ▲폐기 등 6단계로 이뤄진다. 마약류 의약품과 관련된 이 모든 과정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된다. 


황보영 약제팀장은 특히 마약과 관련해 “구입 시 정보를 확인할 때 낱개약품까지 일련번호를 보고하고, 조제 시에는 건(件)마다 재고와 일련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등 엄격하게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기할 때는 쓰고 남은 약도 일반약과 섞이지 않게 조치해 약품명과 용량을 확인하고, 이상한 경로로 사용·유출되지 않도록 보관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인다”며 “문제 발생하면 행정처분 정도가 훨씬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마약류 사고, 남용 사례는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 현장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파트장은 “매일 전산상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을 확인하고, 단 1알 또는 반알이라도 재고량이 일치하지 않으면 모든 약사들이 탐정처럼 찾는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건 흔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제는 1회 복용량이 조제돼 나가기 때문에 잔여량이 발생할 수 없다”며 “주사제는 용량을 cc단위까지 맞춰 보내준다. 잔여마약을 받아 수량을 확인하고 폐기 금고에 보관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중소·요양병원 인력기준', 1인 약사 등 마약류 업무 공백 초래


병원약사들이 이렇게 ‘철저히’ 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하는데,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종합병원은 조제파트와 약무파트로 나뉘어 일하기도 하지만 중소요양병원은 수백명 환자가 입원해 있는데 약사는 1명 뿐인 경우가 많아 이들은 ‘나홀로 약사’라 불리기도 한다.   


임윤희 前 약국장은 “약사 관리를 벗어난 마약류 사용은 1인 약사가 근무하는 중소요양병원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현재 인력으로는 조제 외 다른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1인 이상 약사를 두되 200병상 이하는 시간제 근무약사를 둘 수 있다’는 현행 인력기준 때문인데, 임 前 약국장은 “마약류 관리에 있어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책임은 약사에, 피해는 환자에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법과 현장 괴리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병원약사회의 ‘의료기관 마약류의약품 관리업무 최적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책임연구자인 정경주 약제팀장에 따르면 1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월평균 마약 처방환자 수는 2만7000명을 넘었다. 


현행법은 ‘마약류관리자는 1명만 있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 같은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10명 이상 투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주 팀장은 “NIMS 보고 이전보다 3배 많은 인력이 마약류 관리에 투입되는데 마약 처방 의사 4명이 있는 기관에 마약류 관리자를 두도록 한 법 기준은 197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 수가, 향정신성의약품과 분리해 '수가 가산' 등 적정 보상책 필요


수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년 기준 마약류 관리료는 외래환자(방문당) 160원, 입원환자(일당) 240원으로 책정돼 있고, 마약류 업무 수행 인건비 보상률은 9%다. 


황보영 약제팀장은 “마약과 향정이 하나로 묶여 마약류관리료가 책정돼 있는 게 문제”라며 “관리가 복잡하고 행정처분도 더 무거운 마약을 향정과 분리해 수가를 가산하고 적절한 보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형순 차장은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정부 규제도 엄격해지는데, 규제만 늘린다고 끝이 아니다”며 “계속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약사 인력기준 개선, 수가 보상도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 약사들의 노력을 정부가 제도 지원으로 인정해줬으면 한다”며 “최근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국회와 소통하면서 정책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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