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균형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유경상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산형 임상시험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 DCT)은 전통적인 임상시험과 달리 병원이나 연구소와 같은 특정 장소에 모이지 않고, 다양한 장소와 원격 기술을 활용해 진행되는 임상시험 방식을 말한다.
환자들이 집이나 가까운 시설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해, 시간과 장소 제약을 줄이고 참여자 편의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ICT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원격으로 진행하는 분산형 임상시험 필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그러나 편의성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분산형 임상시험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환자 안전과 임상시험 결과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관련 기술에 대한 것은 복지부에서 관여하고, 규제는 식약처에서 한다. 두 부처 모두 글로벌 수준의 부서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데 브레이크가 두 개인 셈이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식약처 핵심 가치나 정책 중에 과학 혁신 부분은 없다"
이어 "미국 FDA는 과학 혁신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며 안전성을 보장한다. 우리나라 식약처 비전은 '식의약 안심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다. 핵심 가치나 정책 중에 과학 혁신에 대한 부분은 없다. 관리 혁신은 있는데 제품에 대한 혁신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의료라는 것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특수한 분산형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 및 Think-tank 차원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다. 일부 주체만의 논의로는 진전이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도 '범부처 다주체 임상시험 전문가 상설 협의체'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며 "임상시험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산자부, 과기부, 중기부, 각 지자체 등 여러 정부 부처와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글로벌 제약업계, CRO, 의료기관, 임상시험센터, 연구자 /학회, IRB, 환우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임상시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꾸준하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는 CTTI, 유럽에는 ACT-EU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있고 많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규정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지난해 8월 식약처, 복지부, 산업계 등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보건의료기본법상 시범사업으로 분산형 요소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을 통해 우려 사항을 정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되면 법령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처음 해보는 사업인 만큼 조심스럽다 보니 늦어진 감이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임상 환경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글로벌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