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심장초음파 전문의들이 과도한 판독 업무로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갈등이 발생하기 전에도 10명 중 7명 이상은 매일 50건 이상 심장초음파 해석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젊은의사일수록 번아웃 가능성도 높았다.
한국심초음파학회는 지난 2023년 11월 대학병원에서 심장초음파를 전문으로 하는 심장내과 전문의 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에 발표했다.
상당수 의사들이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심장내과 교수들은 복잡한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특성상 매우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심초음파학회는 번아웃 검사에 널리 사용되는 척도(MBI-HSS)를 사용해 대학병원 소속 심장초음파 전문의 128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수준을 평가했다.
이 척도는 번아웃을 정서적 소진, 이인화(depersonalization), 개인적 성취감 부족 등 세 가지로 나눠 평가하며, 이인화는 환자나 동료에 거리를 두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결과 조사 대상 중 92.2%는 개인적 성취감 부족을 겪었으며, 63.3%는 이인화, 28.1%는 정서적 소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분의 1은 세 가지를 모두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번아웃 증상은 특히 업무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응답자 중 74.2%는 매일 50건 이상의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또 53.1%는 1주일 일정 중 절반 이상을 해석 업무에 매달렸다.
이런 업무 부담은 연중 내내 이어졌다. 응답자 중 39%가 1년에 휴가를 7일 이하만 사용한 반면, 연간 2주 이상 휴가를 사용한 응답자는 10.9%에 불과했다.
또 번아웃 증상은 젊은의사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46~50세 응답자 중 절반이 정서적 소진을 경험했지만, 50세 이상에서는 9.5%만이 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인화 역시 46~50세 중 85%가 겪었으나, 51~55세 중에는 57%, 56~60세 중에는 50%가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통상 50세가 되면 전임교수로서 진료와 연구에만 집중하지 않고 교육을 하며 직무 만족도가 더 높고 성취감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연구 및 교육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각각 이인화와 개인적 성취감 부족을 겪을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번아웃의 주요 원인은 업무량과 가치 불일치 등 주관적 요인이었다"며 "번아웃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의 가치와 주관적 요인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