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가 국내 증시에 충격을 주며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극심한 우려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정치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계 자본 이탈로 투심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69P(0.56%) 내린 2428.16에 마감했다. 기관이 8256억 원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816억 원, 2843억 원 순매도하며 약세를 견인했다.
이 중 제약 업종은 전일 대비 0.96% 하락했다. 전체 178종목 중 21종목이 상승, 10종목이 보합이었으며 147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특히 바이젠셀(-13.13%),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11.19%), 이엔셀(-10.33%), 티디에스팜(-10.01%) 등은 하락률이 10%대롤 넘어섰다.
생물공학 업종은 전일 대비 1.77% 하락했다. 전체 63종목 중 12종목이 상승, 3종목이 보합이었으며 48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싸이토젠(-9.92%), 펩트론(-7.34%), 셀리드(-6.37%), 큐라티스(-5.81%) 순으로 낙폭이 컸으며, 바이오 대장주인 알테오젠도 1.61%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로 외국인 매도세가 증가하면서 단기적 변동성은 있었지만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 상승…원료의약품 수급·해외 임상시험 우려↑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료의약품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6.5원까지 폭등한 뒤 떨어졌지만, 아직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에 불과한데,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해외 임상시험 진행 시에도 더 큰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가운데 이달 출범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도 국정 혼란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바이오 전(全) 분야에 대해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전략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 및 결정하는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바이오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만큼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윤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는 양상"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