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의사 처방전에 따라 대여받은 양압기를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 해당 기간 동안은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중단돼야 한다는 법령해석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당국을 속이거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당하게 혜택을 받은 만큼 해당 금액에 대해서도 환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법제처는 최근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대여받은 양압기를 해외에서 사용한 경우 보험급여 정지 여부를 묻는 민원인의 질의에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양압기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잠 사용되는 2등급 의료기기다. 지정된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가 막히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코골이나 무호흡을 줄인다.
간단히 말해 공기로 숨구멍을 벌리는 기전이다.
수동 양압기를 한달 대여할 경우 7만6000원을 내야 한다. 또 소모품인 마스크 구입비는 9만5000원이다. 기준금액 이내로 대여 시 80%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중지하며,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 해당 금액을 징수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건강보험 지원을 받아 대여한 양압기를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 급여 중단은 물론 환수 조치되는 게 당연지사다.
하지만 같은 법 49조에는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의료기관이 아닌 준요양기관에서 치료 받는 경우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 중 하나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의사 처방전에 따라 양압기를 대여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규정하고 있다.
민원인은 동일 법령 내에 서로 배치되는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양압기를 사용할 경우 급여 적용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해외 체류기간 동안 보험급여가 정지되는 게 마땅하다’고 회신했다.
먼저 법제처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 그 기간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를 주목했다.
해당 조항에는 급여가 정지되지 않는 경우 등 예외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해외 양압기 사용 역시 보험급여가 정지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부상 등을 대처하는 사회보험인 만큼 수급요건, 범위, 금액 등은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형성·확정되는 게 타당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해외 체류기간 동안 양압기 사용에 따른 급여를 받은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만큼 해당 금액을 징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제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일시적으로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 양압기 급여정지 예외 인정 필요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법령정비를 권고했다.
한편, 지난해 2월부터 3개월 미만 출국자에 대한 요양비 환수 제도가 시행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1만7813건에 달하는 양압기 관련 요양비 환수 고지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건보공단은 양압기 요양비 급여 정지 및 환수의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와 57조를 제시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 보험 급여를 중지하며,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은 받은 급여나 급여에 상당하는 만큼 금액을 징수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국외 체류 기간 중 당뇨병 소모성 재료, 당뇨병 관리기기 구입에 더해 양압기를 사용한 경우 요양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요양급여 관련 기준을 고시했다.
하지만 양압기 사용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돼 보험료 환수가 부당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는 2020년 67만4595명에서 지난해 83만5223명으로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9만3697명에서 15만3802명으로 6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