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문턱에서 싸우고 있는 외상외과 1분 1초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책 ‘또 다시 살리고 싶어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전문의이자 혁신형 미래의료센터 소속 의사과학자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 자문의였던 허윤정 교수.
허 교수는 메스를 들 때는 한없이 냉정하면서도 과감한 의사다. 하지만 메스 대신 펜을 들 때는 부드럽고 감성적 시선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비번이 거의 없는 팍팍한 근무를 제외한 시간, 허 교수는 외상센터에서 만나고 또 자신이 보내야만 했던 환자들, 생명을 구한 환자들에 대한 감상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책을 썼다.
허 교수는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과 일찍 이별해야 했던 별들을 위한 천국이 있기를 기도한다.
이 책은 수술할 때는 냉철하지만 환자 앞에서만은 부드러운, ‘진짜’ 의사가 전하는 외상센터 24시간이 오롯이 담겨있다.
1부 ‘플래티넘 미닛’은 외상센터 공간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또 환자 가족들에겐 가장 큰 비극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의사와 의사 간 대화는 피 튀길 정도로 긴박하고, 의사와 환자 간 대화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누구나 외상센터를 갈 수 있다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려 달라고 외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삶과 죽음에 대해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부 ‘똑같은 환자가 없듯이’는 외상센터를 거쳐 간 이들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자살 시도 환자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 뼈가 모두 부러지고 몸속에 흙이 차 실려 온 노동자, 사지마비 고통을 이기고 살아난 환자 등 소생과 죽음을 마주하면 수 많은 감정이 느껴진다.
3부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는 의사로서의 허윤정, 인간으로서의 허윤정에 대한 얘기로 구성됐다.
의대생으로서의 고단한 삶, 여성 의사로서 느낀 보람과 슬픔 등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치열한 ‘칼잡이’의 인간적인 뒷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중증외상에 인생을 걸어 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눈앞의 환자를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 없이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할 가족들도 함께 살리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이 마음껏 생명을 구하게 해 주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러한 의사가 되기를 꿈꾸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료 개혁 아닐까”하는 물음을 던졌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멀어진 의사와 환자 사이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삶의 의문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따스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