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팀이 최근 황금빛 화가 클림트의 ‘The Kiss(키스)’에 그려진 적혈구의 의학예술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살았던 19세기 초의 의과학적 문헌을 분석하고,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를 추론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자의 가슴과 무릎 부분에 빨간 원반 모양이 모여 있는 게 보이는데, 이는 의사의 눈으로 보면 적혈구를 연상하게 된다.
빨간 원반들은 ‘키스’에서 적혈구가 가진 생물학적 의미와 붉은색을 통해 전달되는 심리학적 색감을 절묘하게 조합해 그림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캔버스 안 두 주인공들의 옷에 생명 탄생의 3일간의 서사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생리학적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작품 속 적혈구 모양을 의학적 맥락에서 보면 ABO혈핵형 존재를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란트슈타이너가 쓴 논문이 1901년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에 발표된다.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밀 주커칸들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에 포함돼 있어 클림트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실제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에 따라 예술인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했고, 클림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클림트의 서재에서 당시 독일권에서 많이 보급됐던 백과사전이 있음을 확인해 백과사전에 있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세포의 칼라 그림을 클림트가 참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키스’의 가슴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랫부분을 보면 여자의 팔이 굽혀져 있는데, 그 윤곽을 보면 심장을 닮았다.
즉 해당 위치는 심장에 위치한 혈구세포를 그린 것으로, 심장 박동을 통해 생명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 그 속에 막 잉태된 생명에게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 무릎에 그려진 혈구세포는 생리혈로 풀이했다. 생리혈은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대임을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즉 클림트는 인간 발생 필요조건으로 생리의 의미를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으로 보여진다.
유임주 교수는 “클림트의 ‘키스’는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예술과 의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걸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대 최고 기술로부터 얻어진 과학을 예술적 은유로 표현해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이러한 과학과 문화의 융합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JAMA(미국의학협회지)에 클림트의 ‘키스’에서 인간 발생의 3일간 얘기를 통섭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그린 문양과 상징을 의학 문헌과 비교 분석해 ‘키스’ 속 남성과 여성의 옷에서 정자와 난자, 수정 과정 등을 나타낸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속 적혈구 세포의 의학적-예술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