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질환을 유발한다고 논란을 빚던 퀴놀론계 항생제가 실제로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정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유승찬 교수 연구팀은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요로감염, 폐렴과 같은 여러 감염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치료제다. 처방 대상 질환이 다양하며 항균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약(藥) 체내 흡수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실제로 타 약제 대비 가격도 저렴해 감염질환에 흔히 사용됐다.
하지만 미국 FDA와 호주 식약청 등에서 퀴놀론계 항생제가 대동맥류, 대동맥박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사용 제한이나 주의 권고를 발표하자 전 세계적으로 처방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퀴놀론계 항생제 약효와 범용성이 좋다는 점에서 감염 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대동맥 질환과 인과관계 확인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의료 데이터 기반 연구를 위한 국제 헬스케어 네트워크인 OHDSI를 활용해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호주 등 5개국 14개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표본 크기 확대, 다국가 분석 등을 통해 퀴놀론계 항생제와 대동맥 질환과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시도한 기존 연구 한계를 보완했다.
연구팀은 퀴놀론계 항생제를 처방받은 요로감염 환자 1300여만 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같은 치료 효과가 있는 트리메토프림 등 여타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들과 대동맥 관련 부작용 발생 위험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퀴놀론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 대동맥 질환 발병률은 트리메토프림, 설파메톡사졸, 세팔로스포린 등의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에서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연구 결과가 대상 국가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면서 퀴놀론계 항생제와 대동맥 질환 발병률 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김정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대동맥 질환 발병 위험성과 상관없이 요로감염 등 감염 질환 치료에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가 미국 등 다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점에서 단일 국가만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고 데이터 규모도 크게 확대돼 진행된 만큼 연구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슨(eclinicalmedicine, IF 9.6)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