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급증, 가족이 알아야 할 이해와 지원방안"
안명희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2025.03.17 07:57 댓글쓰기

정신질환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알코올 장애, 강박장애 등의 질환은 가족에게 큰 심리적, 정서적 부담을 주지만 주변에 이야기하기 어렵다.


질환 특성상 생각, 감정, 행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특히 자녀 문제일 경우 부모는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한다.


20세기 이전 정신과 치료는 단순히 환자를 격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의학 발달로 정신질환이 뇌(腦) 질환이라는 인식과 함께 치료제가 개발되고 환자 인권이 강조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돌보는 형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가족 돌봄 역할과 함께 환자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질환에 대한 환자, 보호자 병식(insight)에 따라 치료 참여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병식은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자각과 이해를 뜻한다.


"병식 부족 가족은 환자와 함께 질환 공부하고 수준 높이는 것 중요"


병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부터 증상은 인정하나 질환은 부정하거나, 질환은 인정하지만 치료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거나, 치료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까지 순차적으로 나눌 수 있다.


병식이 부족한 가족은 환자와 함께 질환에 대해 공부하고 질환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참고 견뎌준다고 해서 정신 증상은 해결되지 않는다. 외부 환경 혹은 성격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증상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환자와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가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질환에 대한 편견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많은 경우 가족들은 환자가 질병에서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 공감보다는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는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거나 치료에 반항심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정신질환은 만성 질환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신질환은 일정 시기 집중적으로 돌봐서 치료되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나아가는 자세 중요"


일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돌봐서 치료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므로 천천히 나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기 어려운 경우 병에 대한 설명보다 환자가 힘들어하는 구체적인 증상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약을 먹을 때는 5~6시간은 자고 산책도 좀 하던데 요즘은 집에만 있고 낮밤이 바뀐 것 같더라”라는 식으로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환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치료를 처벌로 받아들이지 않고 가족 간에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를 돌보고 있다면 자신의 생활과 경계가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책임감이 과도해져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더욱 지칠 수 있다. 내가 에너지가 있어야 환자를 돌볼 수 있다. 특히 자립생활이 어려운 가족이라면 교대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꼭 확보해 돌봄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정신질환은 환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보다는 환자 속도에 맞춰 대화하며 천천히 함께 걸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조금씩 좋아지는 변화를 경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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