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안은 보건·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도 경영 사항을 공시토록 했고 이에 따라 사업결산 보고서, 이사회 활동 등이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의료생협에 경영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표준화해서 통합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7일 밝혔다.
과거 의료생협은 50% 이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으로 기존에는 경영 사항 공개 의무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료생협이 재무 상황이 부실해도 소비자가 이를 알기 어려웠으며, 미리 납부한 진료비와 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의료생협 경영 투명화 기대
의료생협은 매년 결산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정관·규약·규정, 사업결산 보고서, 총회·이사회 활동 상황 등 주요 경영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영세한 의료생협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영공시 사항을 표준화하고 통합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생협이 경영공시를 하지 않거나, 공정위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 법안이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경영 공시 규정은 '2026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며, 결산일이 2026년 12월 31일인 의료생협은 2027년 4월 말까지 경영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사무장병원 악용 사례 방지
과거 의료생협을 악용해 불법 의료기관(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비를 편취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왔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설립한 후 이를 명목상으로만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다 진료 및 약물 오·남용, 보험사기 등이 발생해서 환자 피해가 우려됐다.
특히 지난 2021년 울산지방법원은 위조 서류를 이용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241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받아낸 병원 운영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조합원을 모집하고 허위 회의록을 작성하는 등 서류를 조작,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후 이를 통해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거액의 요양급여비를 편취했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됨에 따라 이번 법 개정으로 의료생협 경영이 투명해지면, 불법 개설을 위한 조작이나 부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시 의무화로 인해 의료생협 재무상태와 운영 현황이 공개되면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생협을 조기에 식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생협 보험사기 경로 악용
과거 의료생협을 이용한 보험사기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대전 某의료생협은 도수치료를 빙자해 허위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관련 임원들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의료생협 이사 A씨와 조합장 B씨는 대전에 정형외과 의원을 개설한 뒤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도수치료를 받으면 피부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패키지를 판매하며 환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환자가 가입한 실비보험금 지급 한도액에 따라 실제 도수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지인 명의로 허위 보험금을 청구하고, 환자를 유치한 직원들에게 결제금액의 20%를 수당으로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이로 인해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3명 환자에게 1,7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게 했다.
또 의사 C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09차례에 걸쳐 피부미용 의료행위를 하고도 진료기록을 작성하지 않은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처럼 의료생협을 악용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생협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행위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개정 법률이 공포되는 대로 하위 법령을 정비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생협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