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바이오파마가 국내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이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체제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회사 수익성 제고 등을 위해 대표이사도 바꿨다.
다만, 보령바이오파마가 수 년 째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수익성 제고가 절실한 시점인데 최근에는 주요 인플루엔자백신 품목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는 식약처 공급중단 보고를 통해 인플루엔자 4가 백신인 보령플루V테트라백신주,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 등 2개 품목을 생산 중단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4가 백신 생산 중단 결정 배경으로 식약처에서 WHO 권고 사항 등 글로벌 동향을 고려해 2025-26 인플루엔자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을 4가에서 3가로 전환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2025-26시즌부터 3가 인플루엔자백신만 생산 및 공급하기로 했다. 당장 시장에서 4가 인플루엔자백신에 대한 공급 부족 발생 가능성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문제는 수익화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4가 백신 영역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3가에서도 기존 품목에서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보령바이오파마의 생산 중단 결정에도 녹십자, 일양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경쟁사들의 중단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4가 백신 생산 중단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4가 백신 접종 수요에 맞춰 녹십자 등은 경우 민간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보령바이오파마는 영업 실적이 매년 줄고 있어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큰 악재인 셈이다. 곧 나올 지난해 실적도 코프로모션 제품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 전망이 나온다.
보령바이오파마 측은 "3가 인플루엔자백신을 생산 및 공급할 예정"이라며 "WHO 권고 사항 등으로 4가 인플루엔자백신 공급이 필요할 경우엔 생산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EF에 매각된 보령바이오, 기존 영업익 하락 '수익성' 과제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2021년 영업이익 199억원으로 고점을 달성한 이후 2022년 162억원, 2023년 109억원을 기록하며 내리 하락세다. 매출액의 경우 매년 늘며 외형적인 성장은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령바이오파마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크다.
보령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백신 기업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80%를 3200억원에 매각했다. 지분 20%는 보령파트너스가 소유 중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엑시트가 목표이기 때문에 단기적 재무 성과에 몰입한 나머지 사업 자체에 대한 장기 가능성은 뒷전에 두는 경우가 많다. 수익을 내고 탈출하면 오히려 다행이다.
당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 확대로 회사를 유지해 나갈 수는 있으나, 장기적 안목 없이 본업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시장에서 퇴출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MBK에 매각됐던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시장 악화 속 본업 경쟁력 제고 없이 구조조정, 점포 매각 등으로 버티다가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은 "사모펀드는 돈을 최고 가치로 놓는 '탐욕'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라며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인력, 점포, 사업부문 등을 잘라 버리고 태워 버리면 단기적 수익은 극대화될지 모르나 파멸적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일부 백신 공급중단 상황으로 추후 공장 가동률 하락, 임직원 축소 등 수익개선이 이뤄질 경우 시장 입지 변화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