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는다면, 특히 심장질환을 갖고 있으면 한번쯤은 심부전에 대해 의심을 하셔야 하는데 질환에 익숙지 않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는 필자가 느끼는 심정으로 심부전은 모든 심장질환의 동반자일 수도 있고, 사망으로 가는 마지막 종착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부전 유병률과 중증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 인지도가 높지 않아 진단조차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하게 되면 예후가 매우 좋지 못하다.
학회, 2025년부터 매년 3월 마지막 주 '심부전주간' 지정
이에 대한심부전학회에서는 심부전에 대한 일반인들 이해를 돕고 치료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해 2025년 올해부터 매년 3월 마지막 주를 심부전주간으로 정했다.
일반인을 위한 유튜브 방송을 개설, 심부전주간 홍보대사 위촉과 전국 대표 의료기관에서 시민강좌를 진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2022년 국내 심부전 통계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심부전 유병률은 2.58%로 40명 중 1명으로 추산됐다. 60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더 높아 18명 중 1명일 정도다. 급성심부전 또는 급성 악화로 응급실로 가장 많이 내원하는 심장질환이기도 하다.
또 심부전은 대부분 암보다 사망률이 높다. 전체 심부전 환자들 중 9%가 1년 내 사망하고, 5년 내 21%가 사망한다. 즉, 5명 중 1명은 5년 이내 사망한다.
입원 환자들만 보면 중증도와 예후가 훨씬 심각하며 모든 기관에서 발생하는 암을 합친 생존율(72.1%)보다도 낮다. 단일기관 질환으로 5년 생존율이 66%밖에 되지 않는다.
"심부전 환자 5명 중 1명, 5년 내 사망하고 5년 생존율도 66% 불과"
우리 몸의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을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여 몸 전체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를 전달한다. 심부전이라는 질환명 자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심장은 쉬지 않고 혈액을 “받아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펌프 기능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부전은 심근질환,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판막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초기 심부전과 달리 진행하게 되면, 반복적인 악화와 입원을 하게 되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2002년과 2020년 사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이 3배가 됐는데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첫째, 다양한 심장질환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심장 기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심부전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는 항암 치료 관련 독성에 의한 심장기능 저하 및 심부전 발생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부전은 호흡곤란 외에도 피로감, 기운이 없다, 답답하다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양다리에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복수가 차기도 하고 배가 나오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하고 숨이 찰 수 있다.
숨이 차면서 다리가 붓고, 체중이 이전보다 증가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천식이라고만 알고 있다가 흡입제만 복용, 의뢰돼 오신 분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증상은 호전을 보이지만 심장이 많이 손상돼 회복이 더디거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심부전은 젊은 사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근염이나 확장성 심근병증,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심근증의 경우, 급성 중증 심부전 상태로 오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만성적인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심근병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한 심장 기능 저하, 여성에서는 임신 전후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주산기 심근병증 등에 의해서도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나 평소 생활습관, 그리고 특수한 상황에서의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경우 심부전 전문가의 진료를 꼭 받도록 한다.
적절한 약물 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 기계장치 치료 또는 심장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최근에는 심부전 치료 약제 개발이 매우 활발하고 또 생존율과 예후를 유의하게 호전시킨다는 좋은 결과들이 있어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
심부전 의심 환자는 기본적인 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 사진, 심전도 검사를 하게 되고, 대부분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그 외에 심부전의 특수한 원인과 예후 등을 파악하기 위해 CT, 관상동맥 조영술, 심장 MRI 등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심부전 발생하면 전신으로 충분한 혈액과 산소 공급 안돼 다발성 장기 기능 저하 발생"
심부전이 발생하면 전신으로 충분한 혈액과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므로 뇌, 신장, 간 기능 등 다발성 장기 기능 저하가 같이 발생하거나, 이미 기저에 동반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심부전 전문가는 심장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 및 연결된 장기들 손상 정도나 심장 치료 시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동시에 다각도로 고려해서 치료한다. 또 중증 복합성 심부전인 경우에는 특수 약제 치료나 중환자실 집중 치료 등이 필요하므로 심부전 전문가의 진료가 더욱 요구된다.
환자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들 중에 심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는지, 약은 끊을 수 있는지, 완치되는 병인지에 대한 것이다.
진행형 말기 심부전으로 가기 전에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커진 심장도 작아지고, 심장 기능도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환자가 약을 자의로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완치될 수 있는 심부전도 있으나 대부분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심장질환 중 ‘단계 내지 몇 기 (stage)’, 그리고 ‘말기’라는 명칭이 붙는 병은 심부전이 유일하다.
이는 심부전이 조기 진단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몸이 붓고 숨이 차다’인 경우 심부전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