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적자' 감내 공공의료와 심화되는 '경영난'
서울시병원회·데일리메디, 정책 좌담회···"공공성과 수익성, 버거운 충분조건"
2025.03.25 06:12 댓글쓰기

대한민국 공공의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을 극복할 겨를도 없이 맞이한 의정사태는 공공병원 구조를 또 한 번 바꾸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환자를 진료해도 적자를 면키 어려운 구조가 심화되면서 이제는 존폐의 기로에 선 공공병원들이 즐비하다. '착한적자'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이미 중증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메디와 서울특별시병원회는 지난 24일 ‘위기의 공공의료, 해결책 모색 정책좌담회’를 개최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패널로는 ▲이현석 서울의료원 원장 ▲이재협 보라매병원 원장 ▲표창해 서남병원 원장 ▲조인수 한일병원 원장 ▲김병관 혜민병원 원장 ▲김태희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의정사태 이후 변화한 진료현장의 고충 토로와 함께 공공병원이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버팀곡 공공의료기관후유증 회복할 시간도 없이 터진 의정사태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장장 3년 동안 일반 환자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 2022년 전담병원에서 지정해제됐지만 ‘코로나 병원’이라는 인식 탓에 회복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더딘 회복세 속에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배후진료 여력이 떨어졌고, 중증환자들은 공공병원으로 몰렸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동안 일반환자를 보지 않다가 2022년 봄 일반 환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의료대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원 전공의 비율이 35% 정도인데 이들이 사직했다”며 “코로나19는 국민 지지도가 있었지만 의정사태는 그렇지 않다. 직원 월급 주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 여파로 교수들의 줄사직도 이어졌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은 공공병원인 탓에 급여 조정을 통한 인력 유지도 어려운 구조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은 “의정사태로 타격이 컸다. 남은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지친 교수들은 사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빅5 병원이 인력에 투자하면서 주변 인력도 많이 흡수했다”며 “보라매병원은 공공병원이면서 대학병원 성격을 갖고 있어 급여 유연성 발휘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병원들은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 인력 채용에 힘썼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취약계층 등 환자들이 응급실을 표류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서였다.


표창해 서남병원장은 “사직 전공의 등 일반의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채용해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가동하고 있다. 입원전담 병동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민간병원이지만 공공병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지역 주민을 돌보는 곳들도 있다. 


서울시 최초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혜민병원 김병관 원장은 “전담병원 지정 해제 직후 적자가 많이 쌓여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의정갈등으로 많은 환자들이 찾아주면서 정상화는 됐지만 2~3년 임금상승률 등을 완벽히 상쇄하진 못했다”며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공사가 출연한 재단의 한일병원도 도봉·강북구 70만 주민을 돌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인수 한일병원장은 “사직 전공의들을 일반의로 채용해 밤에 당직을 서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응급의료센터가 어려웠지만 모집을 잘 해서 인력 13명을 확보해 올해 초부터는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기 최선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공병원의 오랜 고민은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둘다 달성하는 것이다. 


두 목표를 반대로 뛰어가는 토끼라고 표현한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중증환자 비율이 50%에서 현재 97%까지 상승했다.


“있는 인력을 최대한 가용하려면 중증환자 위주로 보겠다”는 방침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책무를 실천 중이지만, 그만큼 적자 발생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표창해 서남병원장은 의료대란 이후 공공병원의 중증도 비율이 올라간 이유 중 하나로 수가 구조의 불균형을 꼽았다. 


그는 “묵묵히 일하는 쪽은 올라가지 않고 이미 높은 수가는 더 올려주겠다고 하는 등 의료가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은 대안으로 ‘공공의료만의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병원과의 경쟁 구도에서는 공공병원 역할 수행이 어렵다”며 “보라매병원은 공공병원 중에서도 중증도가 높다.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도 공공병원 큰 손실 감당 버거운 상황…근본적으로 수가인상 필요


올해 공공의료 부문 적자 폭이 작년의 3배에 이를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지자체도 공공병원 적자를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김태희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장은 “공공의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공성이고 수익성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면서도 “과거보다 3배 이상 손실을 지자체가 온전히 감당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의 공공적인 기여도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 이것을 수행하는 민간병원에 대한 협력 방안도 마련하겠다”며 “근본적으로는 수가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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