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 "낙상 마렵다(하고 싶다)."
최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간호사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입원 중인 신생아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듯한 이 게시물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를 타고 퍼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출생 직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이 입원하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환아 부모들은 분노했다.
생사 기로에 놓인 환자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무책임하게 '배설'하는 태도가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간호사들의 부적절한 SNS 게시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경기도 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간호사가 "싹 다 약 주고 재워버리고 싶다", "두 달 치 풀 인계받고 두 시간 만에 하늘로 보내버렸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특히 환자가 사망한 후 "수혈 때려부었는데 익파 엔딩인 거 안 비밀"이라는 조롱 섞인 글까지 남기기도 했다. '익파(익스파이어, expire)'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의료진이 사용하는 용어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윤리적 경각심이 부족한 데 기인한다.
간호사들이 극심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속에서 일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1명 당 환자 수는 평균 16.3명으로, 미국(5.3명)이나 일본(7.0명)보다 훨씬 높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간호사들이 감정적 번아웃을 겪고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힘든 근무환경이 환자에 대한 존중과 직업윤리를 안이하게 만드는 변명이 될 순 없다.
간호사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이다. 환자 고통과 생명을 책임지는 만큼 그 무게감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혹자는 SNS 사용 지침을 강화하고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단순한 규제가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궁극적 해결은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데서 시작한다.
신뢰는 한순간에 깨지지만 다시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환자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이라면 최소한 존중과 책임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 사람이 저지른 일탈행위가 오늘도 묵묵히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 노력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