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장기화된 의정갈등 속에 과학적으로 의대 정원을 정하는 '의료인력추계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의료계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의료계는 "독립성 등을 담보하지 못했다"며 대립하고 있어, 의정갈등 해결 실마리가 될 지는 미지수다.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심의, 재석 266인 중 247인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는 여야가 내놓은 2건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김윤·이수진 의원)과 4건의 보건의료기본법(강선우·김미애·서명옥·안상훈 의원) 개정안을 통합·조정하고 정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해관계자 12명을 부른 공청회 1회와, 3차례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친 결과지만 일부 쟁점은 해소되지 못했다.
우선 추계위 구성은 의료전문가인 공급자 대표 단체 추천인을 과반으로 둬야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보건학 전문가, 소비자 단체와 시민 단체는 이에 반발한 바 있다. "특정 이해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의견을 주도해선 안된다"는 취지였다.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를 추계위 구성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도 반영되지 않았다.
추계위 독립성도 쟁점이었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두고 기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추계위의 추계결과를 존중해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앞서 의료계는 "추계위에 실질적 의결권을 부여하라. 보정심 심의를 의무화하는 건 흠결"이라고 반발해 왔다.
추계위 투명성 또한 문제가 됐는데,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록·참고자료를 공개토록 해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부칙으로 담았던 '2026학년도 의대정원부터 추계위 심의를 반영한다'는 내용은 최종적으로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반영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추계위를 통해 2026학년도 정원을 올 4월 말까지 정해야 했으나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므로 정부는 추계위 위원 구성에 나서야 한다.
강선우 의원 "의료계, 추계위에 적극 참여해달라"···의사 출신 이주영·김선민 의원 '반대표'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 전(前) 법안 설명에 나선 강선우 복지위 야당 간사는 의료계의 추계위 참여를 당부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료계를 향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강 의원은 "딸이 태어나자마자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을 오가며 키웠다"며 "나보다 내 아이를 잘 살펴주신 분들, 의사는 그냥 의사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 만난 진심으로 존경했고 지금도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대표발의했다"며 "의료대란 해결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의료계 수용성을 제 1원칙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 선생님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신뢰의 길을 터 달라"며 "2000명이라는 황당한 숫자가 갑자기 떨어지지 않고 누군가 입맛에 맞고 거래가 가능하지 않아야 한다. 예측 가능한 의료인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속히 전문가 추천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표결에서 복지위 의원 중 반대표를 던진 이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김선민 의원으로 모두 의사 출신이다.
이주영 의원은 "보정심 심의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독립성 측면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료계 지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민 의원은 "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하는 위원회가 이해되지 않고, 통과해도 전공의·의대생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