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의 전액 지급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노동청은 ‘비동의 교원에 대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가톨릭의대는 후속조치 일환으로 전임교원들한테 동의서를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임교원들 반응이 갈리고 있다.
현재 가톨릭의대는 급여공제 동의서를 받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경조사비 지급 자체가 중단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부 교수들이 거부감이 피력하고 있다.
반면, 일부 교수들은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동의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경조사 공제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원 공식 규정상 운영되는 복리후생 제도는 동의‧비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지속 제공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시선이다.
최근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이화성 가톨릭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대 교수들에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전임교원 관혼상제 축조금 급여공제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시정 지시가 있어 이를 공지하고 협조를 당부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동의서에는 "축조금 급여 공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가톨릭대 성의교정 전임교원 관혼상제에서 탈퇴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본인 결혼 및 회갑, 본인 부모상, 본인 명예퇴직, 자녀 결혼 및 사망에는 400만 원이, 본인 및 배우자 사망, 본인 정년퇴직에는 800만 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성 의료원장은 "교원 관혼상제는 1971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상호부조 제도로 1993년 이후 행정 지원만 이어져 왔다"며 "근로기준법 개정과 사회적 변화에도 과거 방식이 유지돼 온 점에 절차적 오류가 있었음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정 조치에 따라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급여공제 동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총동문회와 협력해 관련 내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자발적 부조’라는 명분이 현재와 같은 대규모 조직에서는 사실상 강제력을 띤다는 점에서 본질은 단순한 절차 미비가 아니라, 구조적 불합리와 교원 처우 이중구조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의정 사태 등으로 수련병원들 경영난과 근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 의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온 전임교원들에게 오히려 가장 열악한 복지 조건이 강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크다.
A 교수는 "규모가 큰 초대형 교육·의료기관에서 명백한 불법 사항이 장기간 유지돼 왔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경조사비 혜택이 사라지게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일부 국립대병원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임교원이 촉탁의에 비해 연봉이나 복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나 병원을 위한 헌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구체적인 맥락은 다르지만, 촉탁의와 전임교원 처우 격차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분출된 결과라는 점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같은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교육 및 현장 종사자들 사기는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공의 수련 환경, 의대 정원 확대 문제 등으로 의료계 내부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임교원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 교수는 관련 사안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서명했다고 전했다. 한 가톨릭의료원 소속 교수는 “그냥 동의했다”고 말을 아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시정조치를 받은 사항은 교원들이 자체 운영하던 자체 상호부조에 관련된 것일 뿐 대학 의료원 규정상 운영되는 복리후생 제도는 동의/비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지속 제공된다"고 오해를 일축했다.
1971년 출발 ‘가톨릭대 관혼상제’, 변화 흐름 반영 미흡
이 의료원장 서신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의 관혼상제는 1971년 12월 1일, 약 100명 이내 교원이 구성원 간 유대감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상호부조 제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1993년 병원이 확장되며 교원 수가 460여 명으로 증가하자, 교원 관혼상제 부조를 의대에 규정화하고 행정 처리를 요청하게 됐다.
당시 이미 교직원을 대상으로 기관 차원의 경조금 제도가 존재했지만, 관혼상제 부조는 자치적인 성격이 강하고 전임교원만을 대상으로 규정해 대학 차원 규정화는 어렵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과거 방식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대학은 행정적 지원만 협조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약 30여 년간 현재 방식대로 운영됐고, 2021년 대학 회계감사 결과에 따라 경조금 지급 주체가 의과대학 총동문회 사무국으로 변경됐다. 현재 가톨릭의대 교원 수는 1000명이 넘는다.
이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을 통해 절차상 오류가 지적되면서, 동의서 접수 등의 후속 절차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화성 의료원장은 서신에서 "오랜 시간 자발적으로 형성된 교수들 간 상호 신뢰와 유대감이 지속되도록 총동문회와 협조해 관혼상제 내규와 운영 절차를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