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겠다며 업계가 또 한 번 손을 맞잡았다. 단순 기술 제휴를 넘어 의료AI 생태계를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취지는 공감하나 과거 유사 시도가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어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뷰노, 제이엘케이, 메디아나, 셀바스AI 등 4개사는 의료AI 업계 발전적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를 기치로 전략적협의체 'Medical AI Strategic Alliance(MASA)'를 공식 출범했다.
이 협의체 구성을 통해 각 사는 향후 3년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공동 연구, 통합 마케팅, 글로벌 진출 등 다방면에서 협력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뷰노는 병원 내 환자 생체 신호 기반 통합 모니터링 환경을 구축하고 심정지 예측 솔루션을 연구·개발한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을 중심으로 뇌와 심장을 잇는 융합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AI 진단·예측 솔루션을 개발한다.
메디아나는 환자감시장치 등 의료기기와 AI 솔루션 연동을 지원하며, 환자감시장치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 또 4개사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AI 모델을 자사 의료기기에 탑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셀바스AI는 AI 의료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AI 의료솔루션을 제공하며, 4개사 AI 의료기기 공동 영업을 지원한다. 나아가 AI 기반 의료 예측 및 진단 보조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제품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들은 특히 추가적인 파트너십을 모색, 협의체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MASA 관계자는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국내 의료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시도"라며 "각 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해 의료AI 산업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년 전에도 '함께 가자' 했지만…흐지부지 끝난 얼라이언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2년 전 비슷한 시도로 출범한 '의료 AI 얼라이언스'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6월 SK C&C, 뷰노, 루닛, 딥노이드 등 4개사는 의료 AI 생태계 조성 및 사업 협력을 목표로 '의료 AI 얼라이언스'를 구성한 바 있다.
특히 의료기관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병원들이 필요에 따라 각 사 부위·질환별 솔루션을 언제든 쉽게 선택해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얼라이언스는 출범 1년 동안 심포지엄 1회라는 초라한 성적을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출발했지만 각 사 전략과 이해관계 차이로 실질적 협업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업계에서는 MASA가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AI 업계가 여전히 열악한 수가 체계와 높은 규제 장벽 등 제품 상용화에 어려움이 큰 만큼 선언적 연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협의체 발족 자체는 고무적이다. 다만 업체들 목표가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물론 정책과 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