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엑스레이(X-ray) 장비 사용은 의료계와 한의계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법부 판단을 기다렸다. 이제 정부가 다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두 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정영훈 한의약정책관은 9일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안전관리책임자 문제는 법령 및 업무 범위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서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법리적인 문제까지 얽혀있기 때문에 우선 복지부 내에서도 보건의료정책과와 논의가 필요하고, 업무 범위와도 연관돼 의료자원정책과와도 협의해야 한다. 특히 업무범위 사안은 단기간에 결정짓기 어렵다고 판단,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법부 판단에 대해 정 정책관은 “과거 의료이원화가 엄격했고 한의사에게 서양의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전혀 검토치 않았지만 이제 그 경향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17일 엑스레이 방식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대한한의사협회는 임원을 필두로 한의원 X-ray 설치·사용을 공식 선언했다. 소송에 휘말린다면 정당한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가장 큰 기준은 의료행위 관련 '침습 여부'
다만 정 정책관은 “법원 판례들이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비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짚어줬기 때문에 그 선에서 가르마를 타고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기준은 침습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의사가 소변, 혈액 검사 진행하는 것으로도 얘기가 나왔었지만, 비침습적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대 의료기기 중 침습적인 부분은 당연히 할 수 없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우는 급한 상황에서 한의사가 스테로이드 등 급한 처방을 내린 후 침술 등을 활용해 한의학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활용하면 미세골절이나 척추 관절 치료 효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정 정책관은 “어떤 행위는 허용하고 어떤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매우 어려워 판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며 “결국 의, 한 양쪽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복지부에서 통합의료 및 의료일원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한의학의 현대화 등은 법적 근거가 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검토해 보려 한다”고 의지를 전했다.
건강보험 급여, 비급여 여부는 추후 문제이지만, 한의사가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된다면 어떤 방향이든 비용적 보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정책관은 “복지부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행위 주체에 따라 비용을 받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부분은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협회 관계자들과도 만나면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끔히 정리가 된다면 빠르게 발표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다. 추후 외부 인사가 포함된 논의 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