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간호조무사도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인력에 대해 제도 안에서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교육 받고 자격 갖춘 간호조무사 제도권 유입, 역할 부여 필요"
제22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곽지연 회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PA 간호조무사 제도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주사, 처치, 환자 상태 관찰 등에서 간호조무사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1차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 부재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간무사들이 간호사 업무를 일부 대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한 간호보조행위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 의료행위는 불법 소지가 있다.
"1차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PA 역할 대신하는 곳 많다"
곽 회장은 "대학병원에서 보통 간호사가 PA 역할을 하고 있지만, 1차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곳이 많다. 명백히 불법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활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제도 안에서 안전하게' 간호조무사도 PA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간호조무사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수행한 업무로 사법적 책임을 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곽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서 안전하게 관리하느냐, 아니면 지속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아두느냐를 다뤄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협회는 정신의료기관 등 여러 분야 간호조무사 역할과 한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고,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법령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 PA간호조무사 제도화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곽 회장은 "PA 역할을 하게 해 달라는 게 아니라 이미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싶다는 것"이라며 "다른 직역들 고유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조무사 모두가 PA간호조무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적절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라고 덧붙였다.
"간호법에 간호조무사는 없어…법적 지위 더 불안정해질 수 있어 우려"
곽 회장은 간호법 시행 이후 간호조무사의 법적 지위가 더욱 불안정해질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곽 회장은 제21대 국회에서 단식과 삭발에 참여하며 간호법 제정을 한 차례 저지했으나, 제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간호법이 재발의되면서 결국 통과됐다.
그는 "'이 법안에 간호조무사는 과연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환자와 마주하는데도 간호법에는 간호사만 있고, 간호조무사는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오는 6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간호조무사들이 '내 역할이 불법이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당장 업무 환경 변화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협회는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응 중이다.
곽 회장은 "간호법이 시행됐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행령, 시행규칙, 하위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권한이 어떻게 들어가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협회는 이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법령 문구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며, 간호조무사를 위한 내용을 최대한 보장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무협은 대한의사협회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를 통해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필수 간호인력인 간호조무사가 전문성 갖고 국민건강 지키는 데 기여토록 최선"
곽 회장은 "'직역 연대'를 통해 파급력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간호조무사뿐 아니라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직역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는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기준을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연임에 성공한 곽 회장은 이번 임기 3년간 간호조무사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당당한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간호사는 전문가이고, 간호조무사는 보조자'라는 말, '조무사가 어디 감히, 너희는 간호사 보조인력일뿐이야'라는 말. 모두 간호조무사를 함께 일하는 간호인력이자 동료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기반된 직종 우월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간호조무사는 환자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손잡아주고, 눈 마주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간호조무사의 '진짜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고 싶다"며 "필수 간호인력인 간호조무사가 전문성을 갖고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당당히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문수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