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시 전원 복귀 전제조건 '명분 or 족쇄'
서동준 기자
2025.04.14 18:03 댓글쓰기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조정 전제조건으로 '전원 복귀'를 내걸었다. 정책 명분을 쌓기 위한 장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족쇄가 된 모양새다. 


지난 달 학생들 등록이 이어지면서 고무적인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학생들은 등록 후 강의실엔 들어가지 않은채 '수업거부'라는 또 다른 투쟁을 전개했다.


정부는 이러한 형식적 복귀에 당혹스러워 하며 2026학년도 정원 발표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자승자박(自繩自縛)' 외통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내건 전제조건은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복귀' 기준은 애초에 두루뭉술했다.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돌아오면'이라는 전제는 모호함 그 자체였다.


그 사이 학생들은 '등록 후 수업 거부' 전략으로 조건을 무력화했다. 형식만 갖추고 실질을 비운 대응에 정부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못했고, 그 조건에 갇혀 정책의 운신 폭이 매우 좁아졌다.


이건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애초 정책 설계부터 잘못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건은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정책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특히 그 조건이 상대의 자발적 행동에 의존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전원 복귀' 조건은 바로 그런 구조였다.


실제 수업 참여율은 여전히 낮고 학생들 수업거부 선언은 이어지고 있다. 아주대 신입생들은 집단 수업 보이콧을 선언했고, 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학생 대표들도 투쟁을 지속키로 했다.


전국 40개 의대는 등록을 마쳤지만, 정작 강의실은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 교수들 호소는 물론 학교의 유급 경고, 정부의 계속된 압박에도 수업 복귀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계는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서둘러 확정하라고 재촉하고 있고, 반대로 시민단체는 3058명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학생들 수업 참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결정을 유예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판단이다. 교육부가 말한 ‘모집인원 조정 필요성’이 진심이었다면, 그에 걸맞은 결정이 따라야 한다. 실현되지 않는 조건에 매달리는 건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셈이다. 


정책은 조건이 아니라 현실을 근거로 작동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출석률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그에 따라 책임 있게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무책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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