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과 수련현장을 떠났던 예비의사와 젊은의사들 복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복귀를 놓고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사직 전공의 복귀를 절실히 기다리는 스승과 선배들이 있는 반면 어렵사리 PA간호사를 주축으로 전공의 대체 시스템을 구축한 병원들은 마냥 달갑지는 않은 모습이다.
11일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 국제학술대회(KHC)에서는 ‘의정사태 이후 병원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의료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포럼은 의정사태 이후 의료기관에 닥친 과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패널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시작되고 있는 뉴노멀을 조명했다.
특히 전국 의대생들이 대거 복귀한 가운데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경우를 가정해 일선 병원들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를 놓고 진솔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분당서울대병원 PA 간호사, 150명에서 의정사태 이후 400명으로 증가"
신연희 분당서울대병원 간호본부장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 차원에서 PA인력을 대폭 확대했다”며 “150명 수준이던 PA가 의정사태 이후 4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만큼 진료나 수술시스템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시 이들과의 업무 중첩성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 복귀를 가정해 각 진료과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호부 입장에서는 인력 철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의정사태 이후 병원 운영체계 상당 부분이 변화했기 때문에 전공의 복귀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하면 근로자인가 아니면 교육생인가 확실한 정체성 확립 필요"
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은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만약 복귀한다면 전공의들 스스로 기존 대비 보다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로서만 인정받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지 전공의 개인이 책임질지도 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주웅 원장은 “그동안 전공의들은 근로와 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 탓에 업무 과중 및 열악한 수련환경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며 “이제는 그 틀을 깨뜨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3~4년 수련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 아닌 확실한 역할 수행 가능 여부를 평가해 자격증을 부여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련환경 개선 기치로 피교육생 지위만 확보코자 한다면 입지 줄어들 것"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전공의 정체성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의정사태에서 전공의 집단사직 파급력이 상당했고, 그들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은 그만큼 진료현장에서의 역할과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향후 전공의 복귀 과정에서 수련환경 개선을 기치로 피교육생 지위만 확보코자 한다면 지금의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재훈 교수는 “전공의들이 교육받을 권리만 주장한다면 본인들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근로자로서의 발언권과 교육생으로서의 발언권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