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사태 장기화…예상치 못한 유탄 '지방 2차병원'
정의철 진주제일병원장 "응급센터 운영, 인건비 상승 등 25억 적자"
2025.04.14 05:01 댓글쓰기



의정사태로 대학병원 진료가 어려워진 환자들이 몰려오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세간의 평과 달리 지방 종합병원들은 오히려 특수가 아닌 유탄을 맞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물론 환자가 늘기는 했지만 대학병원에 준하는 중증, 응급의료를 담당하면서 의료진 피로도가 누적됐고, 그를 상쇄시키기 위한 인력 보강 탓에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었다.


정의철 진주제일병원장은 11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국제학술대회 ‘의정사태 이후 병원경영 패러다임 변화’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의정사태 유탄을 맞은 지방 2차 병원들의 실상을 전했다.


그는 “의정사태 이후 대학병원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반색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기화 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사실상 수술 기능이 마비된 지역 대학병원을 대신해 각종 응급수술, 중증수술을 도맡아야 했다.


7개 수술방이 24시간 풀가동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 했고, 의료진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병원은 이들의 번아웃(Burnout)을 막기 위해 의료진을 대거 보강했다.


수술이 잦은 의료진을 위해서는 개인 전담 PA간호사를 지원하는 등 의정사태 속에 지속적으로 의료인력을 채용하다 보니 어느덧 전체 직원수가 700명을 훌쩍 넘겼다.


260병상 규모 병원에 의사만 70명이 넘는다. 경영자적 관점에서는 도를 넘는 무리수였지만 지역 필수의료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의정사태 계기로 지역 2차 병원 중요성 확실히 입증, 지속 가능성 확신 심어줘야"


역시나 경영지표에는 적색등이 들어왔다. 특히 응급의료 시스템 유지에 어려움이 컸다. 분석 결과, 지난 한해 동안 25억원의 적자가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그나마 뒤늦게나마 정부가 의정사태를 계기로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사수하고 있는 병원들 역할을 인식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었다.


지역 대부분의 의료사안을 다룰 수 있고 필수의료 역량이 있는 병원을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지정, 3년 간 2조3000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시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7월로 미뤄졌다. 그마저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포로 돌아간다.


정의철 원장은 “지방병원들 경영 상황이 심각하다”며 “조속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지역 2차 병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정사태를 계기로 지역 2차 병원 중요성이 확실히 입증된 만큼 더 늦기 전에 이들 병원에게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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