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대변혁, 개원가 세밀한 대응 전략 필요"
황철순 보험조사분석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2025.04.14 07:25 댓글쓰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개편이 의료 현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올해 말부터 도입될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 체계는 기존 실손보험과는 전혀 다른 보장 구조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개원가에 미칠 영향과 현명한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5세대 실손보험 도입, 달라지는 보장 체계

 

새롭게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은 경증 및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장을 축소하고, 중증 및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장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비가 새롭게 보장 항목에 추가되며, 중증질환의 경우 자기부담금 상한액이 설정돼 더욱 폭넓은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경미한 질환의 비급여 치료는 자기부담금이 높아지고, 비중증 질환에 대한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보장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5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된다고 해서 기존 실손보험 계약이 곧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1세대나 초기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재가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최초 가입 조건 그대로 최대 100세까지 기존 약관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이런 기존 세대의 실손보험 계약은 약 1600만 건에 달해 상당기간 구세대와 신세대 상품이 함께 운영되는 이른바 ‘이원화된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당분간 5세대 가입자와 구실손 가입자가 혼재된 복잡한 청구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개원가 대응 전략

 

이런 변화는 의료현장 진료 방식과 경영 전략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우선, 환자의 자기부담률이 높아짐에 따라 진료 선택이 더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와 같은 경증 비급여 항목에 의존하던 개원가 수익 구조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들어 실손보험 보상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도 의료기관들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낮병동을 활용한 비급여 시술의 경우, 앞으로 보험금 청구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최근 자궁근종 치료를 위한 하이푸 시술 관련 대법원 판결(2024다296893)이 그 예다. 


법원은 하이푸 시술 자체의 치료적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보험 약관상 요구하는 입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원보험금 지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치료의 실질이 보험약관상 명확한 ‘입원 치료’로 인정돼야만 입원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엄격해진 보상 기준, 개원가 세심한 대응 필요

 

판례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입원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보험금 청구 목적의 형식적 입원은 인정되지 않으며, 오직 의학적 필요성과 실질적인 입원 요건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만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개원의들은 환자별 치료 과정을 더욱 철저히 검토하고, 입원의 의학적 필요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만약 입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료기록에 의학적 필요성뿐 아니라 시간대별 치료 내용, 환자 상태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남겨둬야 한다.

 

또한 입원이 필수적인 환자와 단시간 내 치료 가능한 환자를 명확히 구분, 수가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식 등 진료 적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도입도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경영적 측면에서 요구되는 전략적 전환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된 환경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경증 비급여 치료 중심으로 운영해 온 개원의들은 앞으로 중증 치료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특정 진료 영역에 대한 전문화로 전략적 진료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경증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장은 상당히 제한될 예정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증 질환 위주의 진료나 특정 분야로의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유연한 대응

 

앞으로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의료비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 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동안 무제한적인 보장을 제공했던 실손보험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정부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화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자기부담금 인상이나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장 축소가 예고될 경우, 미리 진료비 정책이나 병원 운영 방침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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