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국 주요 의대들이 이번 주 유급 조치에 본격 착수하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확정 여부가 중대한 갈림길을 맞고 있다.
교육부는 여전히 '실질적인 수업 참여'를 정원 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의 출석률이 정부 최종 판단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는 본과 4학년생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발송했으며, 오는 15일 진급 사정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 유급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주대와 인하대, 전북대, 전남대 등도 수업 불참자에 대한 유급 여부를 이번 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순천향대는 개강일 기준으로 무단결석이 1개월을 초과할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 10일 본과 3·4학년생 110여 명에 대한 유급을 결정했다. 본과 3학년의 경우 약 80%에 달하는 70여 명이, 본과 4학년은 58%인 40여 명이 실습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유급 대상이 됐다. 고려대는 이번 주 중 학생들에게 개별 통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의대 학사 운영 특성상 유급 누적은 제적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학생들에겐 부담이 크다. 일부 학교는 지난해 수업 불참을 이유로 유급을 이미 단행한 바 있어, 올해 또다시 유급될 경우 누적 횟수에 따라 제적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다르지만, 연속 2회 유급 혹은 총 3회 유급 시 제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실질적인 수업 참여'를 모집인원 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혜준 교육부 의대교육기반과 과장은 지난 10일 "많은 학교에서 전원이 복학 신청하고 등록한 것은 다행이지만,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는 각 대학으로부터 학년별 수업 참여율을 취합 중이며, 구체적인 정원 발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계 안팎에선 이번 주 중 유급자 확정과 출석률 집계가 마무리되면 정부가 내부 판단을 마치고, 다음 주 안으로 공식 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업 참여가 지연되고 유급 처분이 확대될 경우, 내년도 의대 학사 운영에도 부담이 커진다.
특히 이미 한 차례 유급을 경험한 2024·2025학번 학생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올해 다시 유급될 경우, 내년에 입학할 2026학번과 함께 세 학년이 한 학년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 수가 최대 1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수 대학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업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의대 A교수는 "교수 1명이 300명 넘는 학생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며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조건 기반 정책 판단에 유연성을 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의정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처음이며, 회동은 의협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대화 채널이 공식적으로 복원됐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유급 확산과 수업 복귀 지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학사 정상화와 정책 결정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