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압수수색…이대목동병원 악몽 소환
醫 “소청과 기피 현상 더 심화시키고 무죄 판결 의사들 또 범죄자 취급”
2026.10.03 05:12 댓글쓰기



촌각을 다투는 소아응급센터에서 이뤄진 경찰의 압수수색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제2의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실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실 사태가 작금의 소아의료 붕괴의 결정적 단초로 작용했던 만큼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힘겨운 소아의료 현장 고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소아 응급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던 응급센터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인 만큼 젊은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의료진에 대한 장기간의 수사·재판 과정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급감했다.


실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8년 101%에서 2019년 94.2%, 2020년 74.1%, 2021년 38.2%, 2022년 28.1%, 2023년 25.0%까지 하락했다.


물론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소아인구 감소, 저수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의료계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소청과 의사들 형사책임 우려를 각인시킨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은 2017년 12월 신생아 4명이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의료진 감염관리상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해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수간호사 등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의료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2022년 12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은 약 5년 만에 최종 종결됐다.


문제는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의료현장에 남은 후유증이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사이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과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 진료할 경우 의료행위 자체뿐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감소와 맞물리면서 필수소아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7년 신생아실 사건…5년 법정공방 끝 ‘무죄’


이번 사건의 파장은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된다.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환아가 청색증으로 치료받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지난 9월 30일 해당 소아응급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소아응급센터에는 응급환자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의료계는 진료 중인 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의료진의 진료 흐름을 저해해 환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경찰은 환자 진료가 없는 시점을 기다려 영장을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응급실 특성상 ‘환자가 없는 순간’을 특정하기 어렵고 실제 진료에 차질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더욱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압수수색이 젊은의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소아응급의학은 대표적인 고위험·고강도 분야다. 응급실에서는 중증환아가 언제 내원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제한된 정보와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아가 사망할 수 있다. 


그런데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때마다 의료진에 대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필수의료를 회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205명 정원에 53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25.9%에 그쳤다.


2025년도 상반기 모집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소아청소년과 206명 정원에 지원자가 5명에 불과했다는 보건복지부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소청과 인력 부족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기준 소청과 전공의는 113명으로 2021년 593명보다 80.9% 감소했고, 서울에 78.8%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병원의 압수수색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신생아 중환자실이라는 초고위험 진료영역에서 발생한 형사책임 문제였고, 이번 사건은 소아응급의료 현장에서 강제수사가 이뤄졌다.


결국 ‘고위험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어디까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이번 사건 역시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 과정 자체가 필수의료 인력의 진료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결국 이번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논란은 수사 방식에 대한 논쟁을 넘어 누가 소아응급실에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청과 인력 이탈이 심화됐던 만큼 이번 사안 역시 소아의료 현장에 남길 장기적인 후폭풍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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