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후폭풍…‘사직·지정 반납’
사법 리스크 공포감 확산 ‘도미노 셧다운’ 조짐…타 병원 의료진 동요 확산
2026.10.14 06:48 댓글쓰기



AI 이미지 생성.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이 촉발한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경찰의 무리한 강제수사 규탄에 나선 가운데 타 병원들 동요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13일 소아응급의학회 등에 따르면 현장 전문의들의 잇따른 사직서 제출에 이어 각 병원이 국가 지정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반납을 논의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실제 이번 수사 대상이 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외에도 또 다른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에서는 소속 의사 피소로 사직서 제출과 센터 반납 요구 목소리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현장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진료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 소아과 의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선의 진료를 다하고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되거나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을 받는 현행 의료사고 처리 관행이 전문의들의 사명감을 완전히 꺾어버린 셈이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과잉 압수수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응급실을 범죄 소굴 다루듯 영장을 앞세운 결과 현장 전문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 병원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반납을 논의하는 파국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24시간 소아응급진료 ‘붕괴’…전국 13.5% 불과  


사법리스크는 이미 위태로운 소아응급진료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전문의 이탈은 이미 적나라한 통계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진료 현장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사라지면서 24시간 소아응급진료 체계는 사실상 마비 상태로 사법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남은 의사들의 사기마저 급속히 저하된 것이다. 


이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31개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소아응급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단 13.5%에 불과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응급실 전담의사로 근무하는 곳은 99개소로 23.0%에 그쳤다. 나머지 332개소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무너진 배후진료…전공의 수급 ‘절망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2026년 9월 말 기준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113명 중 78.8%에 달하는 89명이 서울 지역 수련병원에 집중됐고, 경기도의 경우 전체 비중의 1.8%인 단 2명만 남은 상태다.


전국 6개 시도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도 수련병원별 소아청소년과 1년차 모집 결과를 보더라도 전국 61개 수련병원 중 85.2%인 52곳이 단 한 명의 전공의도 확보하지 못했다.


전공의가 없으니 야간 당직과 중환자실 운영은 고스란히 극소수 전문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과도한 노동 강도를 견디다 못한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남은 인력마저 번아웃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전공의 수급난이 단순히 고된 업무 탓이 아니라, 진료 현장에 지속되는 사법 리스크가 낳은 결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최선을 다해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없이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반등 역시 요원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아응급센터 지정 반납, 지역 의료 인프라 ‘붕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이 반납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소아응급 환자는 진찰과 검사에 성인보다 2배 이상의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건강보험 수가는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고용하고 시설을 갖추면 갖출수록 병원의 적자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기형적인 구조다.   


여기에 최근 과도한 수사와 형사 처벌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도 더 이상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센터 유지를 고집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지역 거점 역할을 하던 기존 센터들이 연이어 지정을 반납하게 되면, 권역별로 촘촘히 엮여 있어야 할 소아응급의료망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게 된다”며 “이는 결국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거리를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땜질식 처방 한계…불가항력 면책 절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정부 대응은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가산 수가 신설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으로는 무너진 소아응급의료 체계를 복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응급실을 지킬 의사가 없고 사법당국의 무분별한 수사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진찰료 일부 인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장 의료진은 사법 리스크 해소가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응급 진료는 불가피하게 중증 악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이를 보호할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다. 


A대학병원 소청과 교수는 “한 병원이 센터 지정을 반납하면 그 부담은 인근 다른 센터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환자가 몰리며 남은 의료진 번아웃이 가속화되며 이는 또 다른 사직과 지정 반납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셧다운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 사태는 개별 의사나 병원의 이기주의가 아닌 구조적 모순이 낳은 필연적 결과로 위기를 타개하려면 땜질식 처방을 넘어 근본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장 의료진을 법적 분쟁 공포에서 벗어나게 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형사 면책 기준 법제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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