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응급환자 우선수용병원 지정법 통과 및 경찰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으로 응급실 제도에 대한 의료계 반감이 상당한 가운데, 응급실에 특정 진료과 전담인력을 의무 배치하는 법안 심사에 이목이 쏠린다. 의료계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일부 찬성 의견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9월에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평일 주간에 내과·외과·신경과·신경외과 전문의를 각 1명 이상씩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전문의로 반드시 배치토록 하는 게 골자다.
의협·병협·응급의학회 모두 ‘반대’
소 의원은 “현행법상 응급실 전담전문의는 응급실 내원환자 수에 비례한 인원만큼 응급의학과·내과·외과 등 10개 진료과 전문의 중 선택해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응급환자 주요 진료영역 전문의가 배치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평일 주간에는 이러한 사정과 외래진료 및 예약 수술 업무 등으로 전문의와 즉각 협진이나 배후진료가 곤란해져 응급환자 수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지는 이렇지만 의료계 단체는 대부분 반대하며 전문의 배치 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은 현행 당직·협진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별도 인력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특정 4개 진료과 전문의 응급실 전담 배치가 수용률·최종치료 제공률을 향상시킨다는 객관적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내과·외과·신경과·신경외과는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도 전문의 부족이 심각한 분야”라며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배후진료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필수의료 인력의 비효율적 분산과 병원 전체 진료역량 저하, 지역의료기관 운영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의 상주보다 인력·재원 확보가 핵심…신경과학회 찬성 행보 주목
의무배치 대상 진료과로 지목된 학회들도 대한신경과학회를 제외하고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내과학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일반 내과 전문의가 아닌 순환기·소화기·호흡기·혈액종양·신장 등 각 분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내과 전문의 상주 여부보다는 분과별 인력 및 재원의 충분한 확보가 핵심”이라고 일침했다.
반면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신경외과학회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신경과학회는 별도 사유를 들지 않고 찬성했지만, 신경외과학회는 내부 찬성 및 반대 의견을 모두 제출했다.
신경외과학회는 찬성 이유로 “법적 최소 기준이 있어야 병원이 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 노력을 한다”며 “신경외과 인력 증원 등 선순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지방 의료기관의 인력난 심화가 우려된다. 응급실 전담의가 있다고 해서 배후진료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력 수급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고 응급의료현장 운영 실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된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인력기준을 강화하면 지정 기준 충족이 어려워져 오히려 지역 응급의료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평일 주간에만 4개과 전문의를 배치하는 것은 평일에 병원 내 진료연계가 비교적 수월함을 고려하면 불필요하다”면서 “야간·휴일 포함 응급실 진료와 병원 협진체계를 운영·강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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