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외기질(ECM) 기반 인체조직, 의료기기 재분류 예고
의료·산업계 “안전성 등 기존 관리체계 활용하되 평가기준 새롭게 마련 필요”
2026.10.20 04:45 댓글쓰기

피부과 영역에서 사용되는 세포외기질(ECM) 기반 주입형 인체조직을 일괄적으로 의료기기로 재분류하기보다 제품별 특성, 임상적 안전성을 평가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 인체조직 관리 체계에서도 안전성 검증과 추적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평가 기준과 규제 전환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부과학연구재단은 최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피부과 영역 주사치료 안전성·평가체계 및 제도 발전 방향’을 주제로 제5차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패널토론은 이지범 피부과학연구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고, 김희선 비엑스플란트 관계자, 김범준 중앙의대 피부과 교수, 오준석 리씨엠바이오연구소 연구소장, 이주희 한국 인체조직 ECM 바이오산업협회 회장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ECM 미용 목적 사용 문제와 인체조직 분류 적절성과 안전성, 법률 적용 등에 대해 의료계와 산업계 제언이 이어졌다.


김범준 교수 “11월 말 ECM 구조 연구 결과 기대, 개별 제품별 평가 필요”


김범준 중앙의대 피부과 교수는 “인체조직 유래 주입형 제품 분류를 일괄 변경하기보다 개별 제품이 기존 인체조직의 구조적 특성과 기능을 유지하는지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환자 안전을 감시하는 것이 문제라면 제품을 반드시 재분류해야 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실사용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인체조직으로서 기능을 입증할 수 있다면 기존 인체조직 분류에 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조직 유래 제품을 일괄적으로 유지하거나 일괄적으로 전환하는 것 모두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된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은 현행 분류를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제품은 의료기기 등 다른 규제 경로를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분쇄형 인체조직 구조적 특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극저온 주사전자현미경(cryo-SEM) 등을 활용해 입자형 제품 미세구조를 분석하고, 11월 말께 일부 결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소조작(minimal manipulation) 기준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미국 기준을 무시하는 것도, 싱가포르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한국 법체계에 맞춰 구조와 물성의 보존, 주된 작용, 사용 목적 등을 제품별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다섯가지 정도 평가 방식과 일곱개 판단 축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체조직 분류 유지 여부와 의료기기 재분류 필요성을 판단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실사용 데이터일 뿐”이라며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복 사용과 장기 추적관찰 자료를 확보해 실사용근거(RWE)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믿고 투자했는데”…제조시설·기존 치료 분야 영향 우려


토론 참석자들은 분쇄형 인체조직 평가기준과 안전성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 의료계, 산업계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주희 한국인체조직 ECM 바이오산업협회장은 현행 인체조직 안전관리 체계 엄격성을 강조하면서 의료기기 일괄 재분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협회장은 “인체조직법에 따른 안전관리는 지난 15~20년 동안 보완돼 왔다”며 “기증자 적합성 평가에만 약 290개 항목이 적용되고, 세부 검사와 의료관리자 최종 검토까지 거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성 검사 없이 표준작업절차서(SOP)만 등록하면 판매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다”라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안전성을 평가해야지 왜 제품을 재분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협회장에 따르면 16개 기관에서 총 732회 시술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대한 이상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보고된 부작용 발생률은 1.24%였다. 해당 수치는 협회가 발표한 분석 결과다.


그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상자 수가 적다고 생각하면 추가 연구를 하면 된다”며 “추적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사용근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준석 리씨엠바이오연구소 연구소장은 분류 변경에 따른 제조현장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오 연구소장은 “인체조직은 기증자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가공해 시트형 제품을 만들고 남은 부분을 파우더형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기기로 재분류되면 일부 기업은 별도 GMP 시설을 갖춰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남은 조직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식약처가 그동안 분쇄형 제품을 인체조직으로 관리해 온 것을 믿고 시설과 장비에 투자하고 인력을 채용했다”며 “갑자기 분류를 변경한다면 식약처를 믿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원조직 관련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100%를 유지해야 하는지, 90%인지, 50%까지 괜찮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세부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환자와 제조업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로어 질의에서도 산업계 우려가 나왔다. 엘앤씨바이오 이환철 대표이사는 “의료기기 재분류가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체조직 가공업뿐 아니라 의료기기와 의약품 GMP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인체조직 관리기준이 가장 엄격하고 운영 난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조직은 문제가 발생하면 가공부터 분배까지 전체 프로세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 관리체계가 결코 느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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