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수가협상이 시작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쉽지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재정소요분 증가, 의료계와의 첨예한 갈등구조가 맞물리면서 예년과는 다른 형태의 수가협상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가협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의 발언이 나오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안정적인 전면 급여화 시행을 위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심에 또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건보공단 보험급여실 고영 실장[사진]은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오는 5월 진행될 수가협상 기상도를 예측했다.
고영 실장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라 수가협상도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수가인상률 1%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재정 소요가 예측되는 등 사실상 부담스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α라는 적정수가 셈범이 언급되면서 의료계에서는 수가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은 상태다. 예년보다 더 신중하고 객관적인 자료 산출과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건보공단 보험급여실이 꺼내든 카드는 더욱 객관화된 통계와 수치자료를 근거로 공급자와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내달 수가협상을 앞두고 의료물가지수, 진료비 변동 폭, 재정여건 등 관련자료를 철저히 수집하는 한편 환산지수 연구 등을 기준으로 근거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건보공단 차원에서 또 다른 큰 고민은 의협과의 조율이 가능할지 여부다.
앞서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이 수가협상을 거부하겠다는 발언을 한 만큼 유례없던 협상 미참여 사태가 벌어질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영 실장은 “아직 한번도 수가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공급자단체는 없었다. 참여했다가 나간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불참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의협이 수가협상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4월 말경 각 공급자 단체별로 협상단 명단을 받고 전체적인 일정을 그릴 예정이다. 그때 의협이 명단을 보내면 참여하는 것으로 알겠다. 아직 수가협상 거부 통보를 건보공단에 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의협이 수가협상을 거부할 경우 수가인상폭 결정이나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딩 폭 미공개 원칙 고수…자정 전 협상 마무리 노력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건보공단은 밴딩 폭 미공개 원칙은 고수하기로 했다. 협상의 본질 자체가 흐려진다는 판단에서다.
고영 실장은 “추가 소요재정 상한선이 공개된다면 현실적으로 상한선으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협상의 취지를 살리려면 예년처럼 미공개 원칙이 적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형간 계약 체결 여부 및 인상률도 민감한데 추가 소요재정까지 나오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 실장은 “정확한 의료원가가 수집되고 공유된다면 더 좋은 협상이 될 것이다. 원가자료 검토 등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이 이뤄져 공급자의 불만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협상 종료시점인 5월 31일을 기점으로 체결이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수가협상은 아침 해가 뜨는 시간까지 릴레이 협상으로 ‘밀고 당기기’가 치열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는 자정을 넘기지 않고 협상을 타결하는 방향으로 각 공급자단체에 안내할 것이다. 기한 내 협상이 종료되는 원칙이 준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