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성장 방정식…AI시대 ‘제약바이오 경쟁력’
유한·한미·대웅·JW ‘신약 플랫폼’…삼성바이오·셀트리온 ‘AX 속도’
2026.10.30 16:21 댓글쓰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회사 전(全) 영역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단순 신약 후보물질과 연구개발(R&D) 인력, 생산시설 규모 등이었다면 최근엔 인공지능(AI)과 결합하느냐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실제 AI가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하고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규제업무(RA), 공급망, 문서 작성 등 제약사 업무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마저 신약 발굴에 나섰고, 영업·마케팅까지 AI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국내 주요 기업 전략 차이가 뚜렷하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 대형 전통제약사들은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기술 내재화를 서두르고 있다.


중견 제약사들은 R&D와 스마트팩토리, 사내 업무자동화 등 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제조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전통 제약사, AI ‘자체 플랫폼’ 내재화 속도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AI 기업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외부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을 넘어 최근에는 사내 AI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자체 AI 기반 신약개발 연구 플랫폼 ‘Yu NIVUS(유-니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Yu-NIVUS는 신약개발 아이디어 발굴에서 후보물질 선정까지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여기에 유한양행은 금년 중앙연구소 합성신약팀에서 AI 신약개발 연구 플랫폼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시스템을 구축할 개발자도 별도로 모집했다. 


AI를 연구자가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분석을 넘어 중앙연구소 내부에서 상시 사용하는 연구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자체 AI 플랫폼이 실제 임상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HARP’는 비만치료제 HM17321 개발 과정 설계와 구조·활성관계 분석 등에 쓰였다.


또 한미그룹은 ‘Hanmi AI Boost Program’을 시작했다. 전 직원들이 코파일럿 등을 이용해 업무 개선, 자동화 사례를 직접 발굴하고 우수 사례를 조직 전체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도 일찌감치 자체 AI 신약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대웅제약은 약 8억종 분자모델을 AI 학습용으로 가공한 데이터베이스 ‘DAVID’, 3차원 구조 기반 가상탐색 시스템 ‘AIVS’, 신약개발 지원 플랫폼 ‘DAISY’등을 구축했다.


대웅제약은 미래 R&D 핵심 키워드를 ‘AI·오픈이노베이션’으로 정하고 초기 후보물질 탐색뿐 아니라 임상 설계와 예측 분석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과 협력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넓혀 AI 기술을 활용, 전국 병원 내 ‘스마트 병상’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근당·GC녹십자, 신약 개발 넘어 제조·품질·RA 영역 적용


종근당은 AI를 제조·품질 경쟁력과 연결하고 있다. 


종근당 천안공장은 예측 기반 공정·품질관리와 AI 기반 품질경영, AI 기반 설비 운영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여기에 LG CNS가 제약·바이오 분야 AX 사업을 확대하면서 종근당과 함께 구축한 에이전틱 AI 기반 연간제품품질평가(APQR) 자동화 시스템이 올해 가동됐다. 


이를 통해 품질경영시스템(QMS),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약 30개 AI 에이전트가 수집·분석·검증하고 보고서 작성까지 지원한다. 


GC녹십자는 규제 업무에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6월 사내 RA(로보어드바이저) 챗봇 ‘RegulAItor’를 구축했다. 미국 FDA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유사 허가 사례와 제출 경향 등을 검색·분석한다.


외부 인터넷망과 분리된 보안환경에서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제약사가 과거 수십년 동안 쌓아온 허가·규제 경험을 AI가 검색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업 데이터로 전환한 사례다.


JW중외제약은 독자적인 AI 연구환경에 자동화 실험까지 연결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기존 데이터사이언스 플랫폼 ‘JWELRY’와 ‘CLOVER’를 통합해 자체 AI R&D 플랫폼 ‘JWave(JW AI powered Versatile drug Exploration)’를 가동하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JWave를 활용해 발굴한 대사질환 혁신신약 후보물질이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비임상 진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금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AI와 로봇을 결합한다. JW중외제약과 C&C신약연구소는 복지부 ‘구조기반 AI신약개발지원’ 과제에 선정돼 3년간 총 22억원을 지원받는다. 


AI가 설계한 화합물을 로봇 기반 자동화 장비가 합성하고 실험 결과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자율 연구 플랫폼(Self driving Lab)’ 구축이 핵심이다.


이 외에 동아에스티는 IT 계열사 DAI와 지난 7월 신약 플랫폼 ‘AIDDP’ 운영을 시작했고, HK이노엔은 아토매트릭스의 외부 AI 신약 설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동화약품·삼진제약 등 중견 제약사, 관리·연구 활용…외부 협력 활발


중견 제약사들도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하지만 R&D와 더불어 생산·관리, 사내 업무자동화 등 당장 활용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한정된 연구인력과 재원을 고려해 전사 업무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활용하는 방식, 특정 프로젝트 AI 적용 이후 성과에 따라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동화약품은 각 부서가 업무 특성에 따라 AI를 활용하고 사내 ‘DW Intelligence Lab’을 통해 활용사례와 프롬프트, 실험결과 등을 공유하고 있다. 


자금과 인력 측면에서 모든 영역을 동시에 AI로 전환하기보다는 신약 연구나 생산, 특정 업무 등 투자효과를 확인하기 쉬운 분야를 먼저 선택하는 모습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사내에서 AI 활용 사례와 프롬프트, 실험 결과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각 부서에서 데이터 분석, 반복업무 자동화, 재고·실적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향후에도 실제 업무 수요와 활용 효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영역에서 AI·데이터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휴온스는 신약개발 전주기 단계별 에이전틱 AI를 통합하는 ‘HUAS’를 구축하면서 후보물질 발굴과 연구 과정에서 AI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진제약은 기존 AI 신약개발 방식을 넘어 양자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신약개발 플랫폼 ‘Q-DrugX’ 구축에 착수했다. 연산기술과 AI를 결합, 후보물질 탐색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보령은 자체 플랫폼 구축보다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 기술과 전문성을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원제약은 연구자 업무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중견제약사 AI 활용이 문서 작성 및 정보검색과 더불어 연구자 분석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오기업도 혁신 고도화 추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디지털트윈과 AI를 5공장에 적용했다. 5공장에선 바이오리액터 내부 환경과 세포 성장 과정 등을 가상공간에서 구현, 생산조건을 사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변량 데이터를 AI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미세한 공정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고 잠재적인 품질 일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AI 시스템 ‘SBL AI Excellence’도 운영한다. 공정 데이터 검색 등에 적용해 작업자와 품질 담당자 데이터 검색 시간을 40% 이상 줄였다.


셀트리온은 금년 AI 전략을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금년 5월 신약개발·제조·사무 3개 영역을 중심으로 한 AX(인공지능 대전환)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지난 2025년 AI 전담조직을 구성해 바이오인포매틱스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타깃 후보물질 발굴과 검증, 후보물질 최적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부문도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향후 신규 원료의약품 4·5공장에 자율이송로봇(AMR), 자동화 물류창고, 로봇팔과 협동로봇 등을 활용하는 피지컬 AI도입을 추진한다.


사무영역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AI·자동화 툴을 이용해 업무를 개선하는 방식과 전문 개발자가 고도화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으로 구분한 ‘AX 투트랙’ 전략을 운영한다. 


향후 제약바이오기업 AI 경쟁력은 독점적 연구·임상·생산 데이터 확보, 데이터 표준화, 시스템 통합, 융합인력, 인프라 구축 등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본부 연구팀은 “미국 중대형 제약사에서 AI 활용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집중된다”며 “조사 대상 기업 60%는 2030년까지 AI 예산이 연구 부문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신기술 활용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필요하다”며 “주요 국가 정책을 참고해 AI 및 데이터 관련 인프라 구축, 해외 승인기관 허가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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