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제약, 바이오기업 매매대금 소송 ‘2심 패(敗)’
1심 이어 항소심도 져 53억원 규모 투자금 지급 불가피
2026.10.27 09:27 댓글쓰기

유영제약이 오토파지사이언스 투자금 회수 문제로 불거진 약 53억원 규모 주식매매대금 소송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는 클라우드아이비인베스트먼트 측이 유영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올해 1월 1심에서 유영제약이 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 측에 52억 9906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판결을 받은 이후 항소심이 진행됐으나 유영제약은 이번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23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판결 주문과 유영제약 측 상고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영제약 경영권 분쟁·재무 부담에 ‘오토파지’ 후속 투자 무산


해당 소송은 투자자인 클라우드아이비인베스트먼트 측이 유영제약에서 분사한 오토파지사이언스의 재무상황 악화와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유영제약에 주식매수를 요구해 발생한 분쟁이다.


오토파지사이언스는 2016년 유영제약에서 분사한 바이오기업으로, 세포 내 불필요한 물질을 분해·재활용하는 오토파지 기전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해 왔다.


클라우드아이비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투자조합은 2020년 12월 오토파지사이언스의 보통주 80만주를 주당 4379원에 인수했다. 총 투자금은 35억320만원이다.


당시 유영제약은 오토파지사이언스 지분 24.5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며, 투자계약에도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했다.


해당 계약에는 회사나 이해관계인에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보유주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감사의견 비적정 등으로 기업공개(IPO)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투자유치 이후 오토파지사이언스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유영제약과 투자자 간 갈등이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토파지사이언스는 지난 2023년 11월 주주간담회에서 회사에 남은 현금 자산이 약 2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임직원 급여와 퇴직금 정산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며, 2024년 2월까지 최소 10억원의 단기 운영자금과 향후 3년간 4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시리즈B 후속 투자유치를 추진했지만 50억원의 투자 확보에 실패했고, 최대주주인 유영제약에 추가 현금 및 현물출자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유영제약은 2024년 7월 투자자 측에 보낸 회신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약 20건 민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과징금과 약가인하 등 행정처분에 따른 부담이 있다.


또한 당시 의료인 파업으로 매월 9억~10억원 상당의 매출 감소가 발생하고 있어 추가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투자조합은 2024년 7월 유영제약의 경영권 분쟁과 후속 투자 거절 등이 투자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당시 청구금액은 약 49억4303만원이었다.


유영제약은 추가 출자가 투자계약상 의무가 아니며 경영권 분쟁 역시 오토파지사이언스와 무관하다며 주식매수 요구를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유영제약의 추가 투자 거절 자체는 계약 위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후속 투자의무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추가적인 현금투자를 거절한 것이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는 투자 요청을 받고 R&D 과제양도로 현물출자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유영제약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원고 주장·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 대한 소송으로 이 사건 회사 기업공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장애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봤다.


감사의견 거절 결정적…1심 재판부 “유영제약 매수 의무”


핵심 쟁점은 오토파지사이언스 감사의견 거절이다. 오토파지사이언스는 2025년 3월 5일 2024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토파지사이언스는 2024년 3억2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억5100만원 초과했고, 총부채도 총자산보다 2600만원 많았다.


감사인은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이 있으며,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투자조합 측은 이를 근거로 소송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다시 행사했다. 청구금액은 최초 투자금에 계약상 연 복리 10%를 반영한 52억9906만원이었다.


유영제약 측은 “오토파지사이언스 감사의견 거절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므로 주식매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토파지사이언스가 실제 상장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고, 후속 투자유치 실패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라며 계약상 주식매수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별도로 규정한 제17조가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히며 유영제약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17조는 감사의견 비적정 등으로 기업공개(IPO)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보유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는 이해관계인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


당시 재판부는 투자계약 제17조에 대해 “이 사건 규정은 문언상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요구하고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계약 제17조는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요건, 행사 대상, 법률효과를 별도로 규정한 조항”이라며 “일반적인 계약위반 책임에 우선하는 조항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즉, 유영제약 잘못으로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투자계약에서 정한 주식매수청구 사유가 발생했다면 매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오토파지사이언스 감사의견 거절과 기업공개 장애 사이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경우엔 법령상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일응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유영제약 후속 투자 거절 자체는 계약 위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투자계약에 후속 투자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고, 유영제약 경영권 분쟁이 오토파지사이언스의 기업공개에 구체적인 장애를 초래했다는 점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결국 재판부는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주식매수청구를 인정해 유영제약에 52억990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금액은 최초 투자금 35억320만원에 연 복리 10%를 적용한 금액이다.


반면 투자자 측이 청구한 연간 15% 지연손해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주식매매대금 지급과 주식 인도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만큼 투자자 측 주식 인도 이행제공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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