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평가가 지역 심뇌혈관 치료 격차 더 벌려”
정근화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장 “병원별 전반적 역량 반영한 지원 절실”
2026.10.28 09:42 댓글쓰기



“지역마다 평가체계가 달라야 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타깃 지원 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평가와 지원 정책을 적용하면 격차만 심해집니다.”


정근화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장(서울대병원 신경과)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심뇌혈관질환 지역 격차를 줄이려면 지역별 의료인력과 자원, 진료역량을 반영한 평가·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인력과 진료체계를 기준으로 모든 지역에 같은 수준을 요구해서는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 센터장은 “격차를 줄이려면 모든 지역 병원이 같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며 “역량이 조금씩 다른 병원들을 서로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필요한 해법도 다르다. 대전·충남처럼 중증·응급진료 역량을 갖춘 민간병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은 환자를 처음부터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반면 광주·전남·강원처럼 치료역량을 갖춘 병원이 부족한 지역은 기존 의료기관을 연결하고 부족한 자원을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권역센터와 지역센터를 평가해 보면 지역마다 차이가 큰데 지금은 평가 잣대가 동일해 어느 병원은 항상 잘하고 어느 병원은 항상 못하는 결과가 반복된다”며 “지역별로 맞춤형으로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시범사업 3년, 병원 간 연결 성과…병원 전(前) 단계는 숙제


정 센터장이 강조한 의료기관·의료진 간 ‘연결’은 이미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통해 시험되고 있다.


2024년 시작된 이 사업은 기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체계만으로는 주변 의료기관까지 아우르거나 환자를 적시에 최종치료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 센터장은 “병원 하나에 대한 역량은 굉장히 강화됐지만 그 병원을 중심으로 주변 의료 생태계를 관리하는 역할은 부족했다”며 “병원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공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역센터를 중심으로 주변 의료기관을 연결해 예측 가능한 이송 경로를 만드는 ‘기관 간 네트워크’와 기존 경로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를 기관과 관계없이 최종치료가 가능한 전문의에게 연결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해왔다.


인적 네트워크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 정보를 플랫폼에 올리면 참여 의료진 가운데 최종치료가 가능한 전문의가 이를 확인해 수락한다.


정 센터장은 “의뢰와 수락 매칭 비율이 약 90%이고 그중 약 80%는 15분 안에 매칭됐다”며 “매칭률도 높고 시간도 빠르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3년간 운영하면서 지역별 의료자원 차이로 하나의 모델이 모든 지역에서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의뢰가 활발한 곳에서는 최종치료 의료진 부담이 커졌고,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으로 적절히 분류되지 않은 환자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문제도 나타났다.


정 센터장은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로 플랫폼에 들어오면 상당한 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향후 본사업에서는 병원 간 이송뿐 아니라 병원 전 단계에서도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적시에 갈 수 있도록 보완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앙센터는 이를 위해 119 단계에서부터 환자를 최종치료 의료진과 연결하는 진료 경로도 구상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다시 평가하고 의료진을 찾는 과정을 줄이고, 환자가 도착하기 전(前) 치료팀까지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119 수준에서 ‘이 병원에 가면 최종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료 경로를 만들어 놓으면 환자가 발생했을 때 바로 최종 치료로 연결할 수 있다”며 “환자 정보가 최종 치료자에게 넘어가면 사전 고지가 가능하고 치료팀도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의 향후 방향은 오는 11월 평가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정 센터장은 “이 체계는 심뇌혈관질환 관리에 굉장히 핵심적”이라며 “본사업으로 바로 전환하거나 조금 더 보완해서 1~2년 시범사업을 더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 헌신으로 가까스로 유지되는 상황, 심뇌혈관 분야 인력난 걱정”


지속 가능한 진료망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정 센터장은 현재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 인력 상황을 ‘굉장히 위험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의료진 헌신으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령화로 심뇌혈관질환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치료할 중장기적인 인력 자원 보급을 봤을 때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뇌 질환은 진료 부담과 의료사고 위험이 크고 야간·공휴일 근무도 많아 젊은의사들이 기피하는 영역”이라며 “향후 인력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안전망과 평가·보상체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지역별로 부족한 인력과 기능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 지원하려면 데이터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권역·지역센터와 네트워크 사업에서 축적되는 자료를 중앙센터 등록사업 및 국가데이터와 연계하면 환자 발생부터 이송·치료까지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료가 적시에 수집되고 국가 자료와 잘 연계되면 실제 병목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정책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만들 수 있다”며 “권역·지역센터 평가·지원체계와 네트워크 사업, 데이터 등록사업 혁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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