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효기한이 하루 지난 백신을 영아에게 접종했어도 환자에게 미친 영향과 사후조치 등을 고려할 때 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인 ‘심한 품위 손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7일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 생후 6개월 영아에게 유효기한이 하루 지난 B형간염 백신 주사제를 접종했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행위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내렸다.
사건 당시 의료법은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분류돼 자격정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원심은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 사용이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배신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봤으며,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처분은 가능하다며 면허정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면허자격 정지 사유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모든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곧바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인지 판단하려면 진료행위의 내용과 의료인의 인식 및 개입 정도, 반복성, 공중보건과 환자 안전에 미친 영향, 위반 사실이 밝혀진 경위와 사후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의 경우 백신 유효기한이 만료된 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접종이 이뤄졌고, 영아에게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A씨가 접종 당일 스스로 보호자에게 연락해 경위를 설명하고 보건소의 사실조사에도 성실히 임한 점을 고려했다. 같은 유형의 위반 전력이 없고, A씨의 고의 없이 소속 직원의 실수가 개입됐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는 있지만, 사회통념상 의료인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상당히 어긋날 만큼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이 의료인의 심한 품위 손상 여부를 잘못 판단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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