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지럼증,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장문영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2026.11.02 08:28 댓글쓰기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천장이 빙글빙글 돈다. 잠시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지지만 고개를 돌리거나 숙일 때 다시 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증상에 빈혈이나 뇌(腦) 질환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특정 자세에서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이석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흔하게 발생하지만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대부분 몇 초에서 1분 정도 지속되며 길어도 수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속 시간이 짧다고 해서 증상의 강도까지 약한 것은 아니다. 


주변이 심하게 회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넘어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귀 안쪽 전정기관 안에는 작은 칼슘 결정인 이석이 존재한다. 이석은 머리 움직임을 감지해 뇌가 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석이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몸의 회전 움직임을 감지하는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실제 움직임과 다른 신호를 만들어 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자세 변화’다. 누워 있다가 일어나거나 몸을 옆으로 돌릴 때, 고개를 숙이거나 높은 곳을 바라볼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귀통증이나 청력 저하, 이명은 동반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피로 탓으로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의 양상만으로 원인을 단정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약물은 보조 치료…이석 위치 확인 후 이석정복술 시행


이석증 진단에서는 증상이 발생하는 자세와 눈동자 움직임인 ‘안진’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어느 쪽 귀의 어떤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판단한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이석정복술’이다. 일정한 순서에 따라 환자 머리와 몸 위치를 변화시켜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이석을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많은 환자가 한 두번의 치료로 호전되지만 이석 위치나 상태에 따라 여러차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후 불안정감이 일정 기간 남아 있을 수 있다.


약물은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등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 수단이다. 인터넷 영상을 보고 환자가 스스로 이석정복술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모든 어지럼증이 이석증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시급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매우 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서 있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신경학적 증상, 심한 두통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될 때도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또한 자세를 바꿀 때마다 어지럼증이 반복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면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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