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오는 7월 18일 오전 10시로 확정됐지만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할 증인·참고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10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은경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및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자료제출 요구의 건 등을 의결했다. 

다만 네번째 안건이었던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건은 의결되지 않았다. 야당이 요구한 청문회 증인·참고인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여야는 서로 "청문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미애 야당 간사(국민의힘)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민의힘 증인·참고인 요구를 민주당은 단 한명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 제출은 회피하고 증인 채택을 막는 행태는 인사 검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을 평가하는 자리에 여야가 어디 있냐"며 "김민석 국무총리에 이어 정은경 후보자까지 증인을 한 명도 채택하지 않는다는 건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후보자를 감싸는 정치쇼가 부끄럽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메르스 이상의 큰 감염병에 대응을 잘해야 하는 중요한 직책"이라며 "청문회 당일 말로 해명하기 전에 자료를 통해 설명하라"고 성실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 "아니면 말고 식 무분별한 증인, 채택할 수 없다"

민주당은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처음부터 정 후보자를 낙마후보로 점찍고 무리한 증인 채택을 시도해 이를 명분삼아 청문회 파행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진 여당 간사(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의료대란으로 민생이 벼랑 끝에 내몰렸는데 무한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이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후보자 가족 친척, 유수의 증권사 대표, 정부기관, 협회 대표 등 무분별하게 증인을 제시했다"며 "국회가 소설 쓰기식 여론몰이에 따라 증인을 채택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주식 거래내역과 기본적인 사항을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소명이 당일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회의장에 고성이 오가자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다른 안건은 오늘 의결하고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은 추후 여야 간사 협상을 통해 조율하자"고 중재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증인·참고인 협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국민의힘 측 없이 복지위는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건을 제외한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정은경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미 실패"

전체회의 정회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은경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미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애 의원은 "민주당은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듯 방해하고 있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가"라며 "국민의힘은 2022년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요청 증인·참고인을 대부분 수용해 총 25명이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나. 야당일 땐 증인 25명을 부르고 여당이 되자 증인 1명도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가 떳떳한가"라며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야당을 무시하면 책임은 민주당과 정 후보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은경 후보자는 질병관리청장 재직 시절 그의 배우자가 손소독제 관련 기업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공직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배우자가 평창군 농지를 소유하고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업직불금'을 받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